정부가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자본시장 왜곡을 줄이고 부동산 금융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다시 짜는 한편, 외환시장과 국가자산 관리 체계까지 손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관행을 막는 제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상속·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데, 이 방식이 오히려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유인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국회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를 기업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매길 때 시장주가 대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정부는 추가 검토를 거쳐 세부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11월에는 장부상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저PBR 기업 명단을 1차로 공개해 기업가치 제고 압박을 본격화한다. 다만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에는 일정 기간 명단 공개를 미뤄 자발적인 개선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기업 승계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돼 온 가업상속공제 제도도 전면 손질 대상에 올랐다. 이 제도는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물려줄 때 최대 600억원까지 세금을 공제해 주는 장치인데, 제도 취지와 무관한 업종까지 혜택을 받으면서 사실상 조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대상 업종을 다시 조정하고 별도의 선정 심사위원회를 신설해 공제 요건을 한층 엄격하게 다듬을 예정이다. 이는 성장 기업의 원활한 승계는 지원하되, 세제 혜택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투기성 자금 유입을 억제하면서도 무주택 청년과 취약계층은 보호하는 이중 전략이 제시됐다. 정부는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성 1주택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히기로 했다. 또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금융기관에는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할 방침이다. 반면 정책대출은 물가와 가구원 수를 반영한 중위소득 기준으로 지원 요건을 고쳐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정한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80%, 기타 지역 90%에서 단계적으로 낮추되, 무주택 청년과 취약계층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다. 여기에 전세가율 기준을 조정해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현실화하고, 계약 전에 위험 정보를 더 폭넓게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외환시장과 국가자산 관리 부문에서는 개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의 개편이 추진된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 로드맵에 맞춰 자본거래 관련 외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이달부터 시작된 24시간 외환시장 운영을 정착시키는 동시에 해외에서 원화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외국인의 원화 운용 범위를 넓히고, 무역 거래에 원화를 활용할 경우 수출금융 금리 우대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투자자와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가칭 ‘K-애셋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국가·지방정부·공공기관 자산 정보를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 관리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세제의 공정성 강화, 부동산 금융의 선별 지원, 원화 시장의 대외 개방 확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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