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일제히 오르며 장기물 중심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10년물은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고, 30년물과 50년물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6bp 오른 연 3.913%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6월 8일 기록한 3.9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은 6.6bp 상승한 연 4.394%를 기록했고,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5.2bp, 3.6bp 올라 연 4.172%, 연 3.728%에 마감했다. 장기물의 상승 폭은 더 컸다. 20년물은 7.6bp 오른 연 4.617%,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7.1bp 상승한 연 4.635%, 연 4.527%를 나타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내린다는 뜻인데, 이날 국채선물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3년 국채선물은 18틱 내린 102.70, 10년 국채선물은 62틱 하락한 104.56에 마감했다.
이번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국제 유가와 미국 금리 움직임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유가를 자극했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실제 아시아 거래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장보다 2.25달러, 2.30% 오른 배럴당 86.61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에너지 비용과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이 채권시장에 반영된다. 간밤 미국 국고채 금리도 이런 흐름 속에서 상승했고, 국내 시장 역시 그 영향을 이어받았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움직임도 시장 약세를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3년 국채선물을 7천898계약, 10년 국채선물을 6천363계약 순매도했다. 선물시장에서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 현물 채권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참가자들은 여기에 더해 23일 발표될 한국은행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앞두고 경계심을 높이는 모습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 성장률과 7월 물가지표를 함께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앞으로의 기준금리 판단에서 경기와 물가가 모두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결국 이날 채권시장은 대외 변수인 유가와 미국 금리, 대내 변수인 국내 성장률 발표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금리를 끌어올렸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도 미국 금리 상승의 영향 속에서 국내총생산 지표를 앞둔 경계감이 이어졌고, 아시아 장에서 유가 오름세가 계속된 점도 금리에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대와 물가 전망, 그리고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성장률과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시장금리의 상방 압력이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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