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원화는 강세를 나타냈고, 반대로 일본 엔화는 약세가 이어지면서 23일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46원으로, 전 거래일 907.42원보다 7.96원 낮아졌다. 장중에는 오전 10시 58분께 899.79원으로 내려가며 2024년 11월 21일 이후 처음으로 900원 선이 무너졌고, 한때 898.51원까지 떨어졌다. 원·엔 재정환율은 원화와 엔화의 상대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숫자가 내려갈수록 같은 100엔을 바꾸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었다는 뜻이다.
이번 흐름의 가장 큰 배경은 한국과 일본의 통화 여건이 엇갈린 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 0.2%를 0.4%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1분기에 이미 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뒤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경기 체력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성장률이 기대를 넘어서면 해당 국가 통화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엔화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같은 시각 달러당 163.075엔을 기록했고, 앞서 21일에는 달러당 163엔을 넘어서며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새로 썼다. 이는 엔화 가치가 39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약 1%로 올렸지만, 미국의 연 3.50∼3.75%와 비교하면 여전히 큰 차이가 있고 추가 인상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21일 발표한 ‘경제재정 운영·개혁 기본 방침’, 이른바 호네부토 방침에서 적극적인 재정 기조를 내비친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거론된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필요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외환시장은 아직 뚜렷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원화 강세는 원·달러 환율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66.8원으로, 전날보다 13.3원 내리며 두 달여 만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중 저점은 1,465.1원으로 5월 8일 이후 가장 낮았다. 시장에서는 2분기 성장률 호조와 함께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매도 수요),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의 환전 수요, 외국인 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등이 원화 강세를 거들었다고 본다. 여기에 미국 알파벳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난 점도 신흥국 통화인 원화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한국의 성장 지표와 수출 흐름, 일본의 통화정책 속도, 미국 금리 방향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