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와 롯데케미칼이 23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나란히 모집액을 웃도는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최근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기업 실적 부담이나 업황 우려가 남아 있어도, 만기 구조와 보증 여부, 금리 조건이 시장 기대에 부합하면 자금 조달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KCC는 이날 2천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3천8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모집액의 약 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만기별로 보면 800억원을 모집한 2년물에 6천850억원, 1천2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7천억원이 들어왔다. 발행 금리를 가늠하는 가산금리는 2년물이 개별 민평금리보다 5bp 낮은 수준, 3년물은 4bp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민평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매긴 시장 평균 금리이고, 1bp는 0.01%포인트다. KCC는 앞서 공모 희망 금리로 개별 민평수익률 산술평균 대비 플러스마이너스 30bp를 제시했는데, 실제 수요는 이보다 우호적으로 모였다.
KCC 회사채 흥행은 실리콘 사업 부진 우려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KCC는 연결 매출의 절반가량을 실리콘 사업에서 올리는데, 이 부문은 최근 글로벌 수급과 원자재 가격 영향으로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대거 주문을 넣은 것은 단기 차입금을 장기 조달로 바꾸는 차환 목적의 발행이라는 점, 그리고 AA- 등급 발행사에 대한 시장 신뢰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천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고, 조달 자금은 8월과 9월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사채와 기업어음 상환에 쓸 예정이다.
같은 날 롯데케미칼도 2천억원 규모의 3년 만기 보증사채 수요예측에서 3천10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이번 채권의 특징은 롯데케미칼 자체 신용등급은 AA-이지만, 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이 원리금 지급을 보증해 발행 금리 산정 기준이 AAA 등급 은행채 민평금리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기업 자체 신용도보다 은행 보증의 안정성이 더 반영된 구조다. 스프레드는 AAA 등급 은행채 3년물 민평금리보다 35bp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회사는 앞서 희망 금리 범위를 은행채 민평수익률 산술평균 대비 플러스마이너스 40bp로 제시했다. 지난 4월 같은 조건으로 발행된 3년물 보증사채의 가산금리가 33bp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시장 수요가 형성된 셈이다.
롯데케미칼이 은행 보증을 붙여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석유화학 업황 둔화 속에서도 조달 안정성을 높이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지난 5월과 6월 발행한 3개월짜리 기업어음 2천억원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짧은 만기의 자금을 상대적으로 긴 만기의 채권으로 바꿔 유동성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도 자체만이 아니라 차환 목적, 보증 구조, 만기 배분 같은 세부 조건이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우량 또는 보강 장치를 갖춘 발행사를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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