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방침을 거둬들이고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잦아들면서 3일 국제 유가가 5% 안팎 급락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3.77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 거래일보다 4.7%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의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배럴당 80.34달러로 5.1% 하락했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종가 기준으로 7월 1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국제 유가는 전쟁이나 제재로 산유 지역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날은 반대로 군사 충돌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가격을 끌어내렸다.
유가 하락의 직접적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변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연 내각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강력한 공습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8월 1∼2일 이란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시장에 퍼졌다. 그러나 그는 1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중동 국가들의 요청으로 공격을 취소한다고 밝혔고, 2일에는 기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합의가 있으며 이후 이란 비핵화 합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더 나아가 3일 오후 이란과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빠르게 누그러졌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곧바로 인정하지 않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의 안전 보장 경로를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영해로 두고 있는 이란과 오만 사이의 문제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의 긴장은 곧바로 유가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가 급락을 안도 랠리로 보면서도,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중순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가 파기된 뒤로, 미국은 군사 압박과 대화 제안을 오가고 이란은 이를 부인하는 장면이 반복돼 왔다고 보고 있다. 석유거래 자문사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도 보고서에서 이날 급격한 원유 선물 매도세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또 다른 과잉 반응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 소속 7개국이 전날 화상 회의에서 9월부터 하루 18만8천배럴 증산에 나서기로 합의한 점도 공급 부담을 덜어 유가 하락 쪽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중동 정세 관련 발언 하나에도 유가가 크게 출렁이는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실제 방향은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현실화하는지, 또 오펙플러스 증산 물량이 시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영되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