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 가운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법안, 부동산 세제의 실거주 예외 규정까지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세제 개편의 세부 내용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9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입법예고 이후 쏟아진 의견과 정치권 문제 제기를 반영해 논란이 큰 항목을 재검토하고 있다. 먼저 ISA 개편안은 한도 이월을 없애고 계약 기간을 5년으로 줄인 데다 국내 투자 중심의 생산적 금융 ISA를 새로 만들면서 기존 가입자의 선택 폭을 좁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8월 7일 상황점검 회의에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재 입법예고 기간에 제기된 의견을 폭넓게 듣고 보완 필요성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상속·증여세 회피를 막기 위해 추진한 주가 누르기 방지 법안도 손질 대상에 올랐다. 이 제도는 기업이 일부러 주가를 낮게 유지해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저PBR 기업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기업이 특정 기간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기존 공표 기준을 준용한 방식이 다소 느슨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의원들과 협의와 토론을 거쳐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숙의할 계획이다.
부동산 세제 분야에서는 국민 의견이 특히 많이 몰렸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재정경제부가 8월 4일 입법예고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에 9일 오후 5시 기준 4천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다. 이번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보다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꾸고, 양도소득세 계산 때 적용하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 거주 소득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부담 증가 자체에 대한 반대도 많지만, 제도의 취지는 인정하더라도 실거주 예외를 더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현재 정부안은 1주택자가 1년 이상 계속 거주한 집에서 취학, 직장 변경·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옮길 경우 최장 3년까지 비거주 기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쟁점은 육아·양육, 가족 돌봄, 리모델링 이주처럼 현실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정을 어디까지 예외로 볼 것이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가 사는 지역으로 옮기면서 본인 소유 주택이 비는 경우도 실거주로 인정해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검토했지만, 기준을 넓히면 실제로는 살지 않으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세부 예외 사유는 대통령령과 시행령 단계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기본공제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이번 개정안에서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가지만, 공동명의는 개별 과세와 1세대 1주택 특례 가운데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 또 거주 여부가 어떠냐에 따라 공제 구조가 달라져 체계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입법예고를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실제 수정 가능성이 있는 의견 수렴 과정으로 보고 있다. 입법예고는 8월 20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8월 27일 차관회의와 9월 1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세제 개편의 큰 방향이 유지되더라도 투자 상품 규제와 부동산 과세, 상속·증여세 보완 장치의 세부 설계는 상당 부분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가 조세 형평성과 시장 왜곡 방지, 납세자 수용성 사이에서 어느 지점에 균형을 맞출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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