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짙어지면서 12일 국내 국고채 금리는 만기 구간별로 방향이 엇갈렸다. 단기물과 중기물 금리는 내렸지만 초장기물 금리는 올라, 시장이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과 미국 물가 흐름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791%에 거래를 마쳤다. 2년물은 0.6bp 하락한 연 3.627%, 5년물은 1.7bp 내린 연 4.025%, 10년물은 0.7bp 떨어진 연 4.294%를 기록했다. 반면 장기 구간인 20년물은 1.2bp 오른 연 4.651%, 30년물은 1.9bp 상승한 연 4.685%, 50년물은 1.8bp 오른 연 4.581%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1만1천939계약, 10년 국채선물을 4천416계약 각각 순매도했다.
장 초반에는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시장을 흔들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8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경기 충격이 없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시장금리는 오르는 방향으로 반응하기 쉽다. 실제로 이날 30년 만기 국고채 지표금리는 개장 초 한때 연 4.728%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초장기물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미국 물가 지표로 옮겨갔다. 한국시간으로 12일 밤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다음 날 나오는 생산자물가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여겨진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이 다소 약해진 상황이어서, 물가까지 둔화 흐름을 보인다면 9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런 기대가 커지자 오전에 올랐던 국내 금리도 일부 상승 폭을 되돌렸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내 통화정책 변수와 미국 지표가 함께 채권시장을 흔드는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키움증권의 안예하 연구원은 전날 유 부총재 발언 영향으로 오전 중 약세 흐름이 나타났지만, 8월에 곧바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도 있어 금리 상승 폭은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물가 발표를 앞둔 대기 심리까지 겹치면서 국고채 금리가 보합권에서 오르내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 물가 둔화 여부와 한국은행의 추가 인상 신호 강도에 따라 단기물과 장기물의 움직임이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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