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026년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완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공급 여력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대출 문턱이 낮아지기까지는 은행별 세부 한도 재조정과 당국 협의가 필요해, 체감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된 주택담보대출은 총량 관리와 별도로 다루기로 했다. 가계대출을 지나치게 죄면 실수요자 자금 조달이 막히고 주택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읽힌다.
수치로 보면 대출 공급 여력 확대 폭은 적지 않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1천852조9천억원인데, 이를 기준으로 한 증가 한도는 1.5%일 때 27조8천억원, 3.0%일 때 55조6천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권에서 약 30조원가량의 추가 공급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연초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약 4조3천400억원이었는데, 증가율 기준이 완화되면 단순 계산으로도 기존보다 4조원 이상 더 대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은행권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까지는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고,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신규 취급을 막고, 모기지 보험 가입을 중단하는 식으로 공급을 조였다. 신용대출과 신용한도대출, 이른바 마이너스통장 심사도 강화했다. 이런 조치들은 ‘빚내서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있었지만, 동시에 실제 집을 사려는 수요자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은행들은 특히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 같은 집단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분리하면 실거주 목적 차주에게 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번 완화 조치가 근본 해법이라기보다 일시적 숨통 틔우기에 가깝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여러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 증가 목표를 상당 폭 넘어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12일 기준 650조5천47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5천772억원 늘어 기존 목표치를 이미 1조2천억원 이상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목표치가 배정되더라도 4분기 중 추가 한도가 다시 소진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은행들은 이달 중 금융당국과 세부 목표치를 협의한 뒤에야 현재의 대출 제한 조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새 기준이 얼마나 빨리 현장에 적용되느냐다. 특히 주택 공급 관련 주택담보대출을 언제부터 총량 관리와 별도로 인정할지가 정해져야 은행들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비집단대출 물량을 다시 배분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 실수요자 대출 불편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빨라질 경우 당국이 추가 규제와 완화 사이에서 다시 미세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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