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업대출 2.93조달러, 2020년 이후 최고

| 서도윤 기자

미국 상업은행의 기업대출이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은행권 대출 회복은 기업 자금 수요와 신용 여건을 함께 보여주지만, 사적신용 시장이 약해졌다는 결론까지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H.8 통계에 따르면, 8월 12일 기준 미국 전체 상업은행의 상업·산업 대출은 계절조정 주간 기준 2조9330억7600만 달러(약 4057조원)였다. 비계절조정 주간 기준으로는 2조9222억7600만 달러(약 4042조원)로 집계됐다.

H.8은 미국 상업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자료다. 통상 금요일에 공개되며 수요일 기준 잔액을 담는다. 이번 수치는 8월 21일 공개된 최신분에 포함됐다.

월간 계열로 보면 숫자는 다소 달라진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FRED 월간 계절조정 계열에서 7월 상업은행 기업대출은 2조8987억2350만 달러(약 4010조원)였다. 지난해 7월 2조6682억2440만 달러와 비교한 증가폭은 2304억9910만 달러(약 319조원)다.

이 차이는 같은 기업대출이라도 주간과 월간, 계절조정과 비계절조정 여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생긴다. 2조9300억 달러대라는 표현은 주간 계절조정 계열과 맞지만, 전년 대비 증가폭을 말할 때는 어떤 계열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함께 밝혀야 한다.

대형 은행 실적에서도 같은 방향은 확인된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2026년 1분기 실적 자료에서 상업·산업 대출이 914억 달러(약 12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고 밝혔다. 2025년 4분기와 비교한 증가액은 298억 달러(약 41조원), 증가율은 7%였다.

PNC(PNC)는 2026년 2분기 자료에서 평균대출이 2025년 상반기보다 374억 달러(약 52조원), 12% 늘었다고 설명했다. 증가의 주된 원인은 상업대출이었다. JP모건(JPMorgan)도 2026년 1분기 평균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전분기 대비 2%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역 은행권의 체감 지표도 대출 증가 쪽에 가깝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8월 은행여건조사에서 전체 대출 규모 지수가 50.0, 대출 수요 지수가 46.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사는 8월 4일부터 12일까지 62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상업·산업 대출만 떼어 보면 대출 규모 지수는 20.7이었다. 이 지표는 지역 금융기관이 체감하는 대출 흐름을 보여주는 보조 자료다. 전국 단위 H.8 통계와 완전히 같은 성격은 아니지만, 은행권 기업대출이 줄어드는 국면은 아니라는 점을 보탠다.

상업·산업 대출은 기업의 운전자금, 재고 확보, 설비투자, 인수금융 등에 쓰이는 은행 대출을 말한다. 경기 확장기에는 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며 증가할 수 있고, 금리 부담이나 신용 경색이 커질 때는 둔화될 수 있다. 다만 대출 잔액만으로 자금의 최종 용도나 기업의 투자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쟁점은 은행 대출 증가가 사적신용 시장의 후퇴를 뜻하느냐는 점이다. 사적신용은 은행이 아닌 펀드나 비은행 대출기관이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을 뜻한다. 금리 상승기와 은행 규제 강화 국면에서 중견·비상장 기업의 대체 조달 창구로 커져 왔다.

댈러스 연은과 뉴욕 연은은 8월 5일 미국 직접대출 시장의 가시성이 제한적이라며 사적신용 시장 파일럿 설문을 예고했다. 이는 해당 시장의 규모와 위험을 더 정교하게 파악하려는 움직임이다. 시장이 후퇴했다는 판단보다는 통계 공백을 줄이려는 조치에 가깝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Reuters Breakingviews)는 사적신용 펀드와 기타 완화 규제 대출기관에 대한 대출이 2분기에 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은행 대출이 늘어난 동시에 사적신용 관련 대출도 증가했다는 뜻이다. 두 시장을 단순한 대체 관계로만 보기 어렵다.

연준의 8월 7일 연구노트도 같은 맥락을 짚었다. 연구노트는 사적신용 투자기구 상당수가 은행의 회전신용한도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대출과 사적신용은 분리된 자금 경로가 아니라 서로 맞물린 조달 구조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흐름은 미국 신용 사이클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다. 은행 기업대출 증가는 위험자산 전반의 유동성 해석과 맞물릴 수 있지만, 대출 목적과 자금 이동 경로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번 수치는 미국 기업금융의 회복 신호로 읽히되, 사적신용 이탈이나 특정 자산 가격 영향으로 확장해 해석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제한적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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