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고채 발행량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됐지만, 축소 폭에 대한 채권시장의 기대는 빠르게 낮아졌다. 정부가 초과세수를 국채 상환보다 미래대응기금 적립에 우선 배정하는 구조를 제시하면서 주요 기관의 발행량 전망도 다시 올라갔다.
기획예산처와 관계부처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초과세수와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삼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쓰도록 설계됐다.
쟁점은 늘어난 세수가 국채 발행 축소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초과세수 대부분을 미래대응기금에 먼저 적립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2027년부터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한 추세치를 넘는 추가 세수도 기금에 넣기로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정됐지만, 앞으로는 최근 3개년 경상 성장률과 학령 인구 변화를 반영한다. 지방교부세는 현행 19.24% 연동률을 유지하되,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내국세에서 먼저 제외한 뒤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연합인포맥스는 24일 열린 국고채 전문 딜러(PD) 간담회에서 정부 관계자가 미래대응기금 등 새 변수를 들어 내년도 국채 순발행량 축소 기대를 낮추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다만 발행량이 올해보다 줄어든다는 전제는 유지됐다.
시장 전망도 조정됐다. 씨티(Citi)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국고채 총발행량 전망치를 올해 221조원, 내년 211조원으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 216조원과 198조원보다 각각 5조원, 13조원 높인 수치다.
내년 211조원은 만기도래분 110조원과 순증분 101조원을 더한 규모다. 2027년 예산안 총지출이 820조원 안팎으로 전년보다 12%대 늘어날 것으로 알려진 점과 미래대응기금에서 약 40조원 규모 지출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바클레이즈(Barclays)는 내년 국고채 총발행량이 22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바클레이즈는 종전 내년 전망치 185조6000억원보다 35조9000억원 높은 수치를 새 전망치로 제시했다. 미래대응기금으로 세수가 이전되면 일반회계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금 운용 방식에 따라 채권시장이 체감하는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바클레이즈는 미래대응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직접 융자하거나 기존 국고채 상환에 쓰면 신규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기금이 단기채와 머니마켓펀드(MMF)를 매수하면 단기물 공급을 흡수하고 장기채 발행 압력을 낮추는 효과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미래대응기금을 전통자산에 투자해 3%대 후반으로 운용한다고 언급했다며 “만기 1~3년짜리 단기국채 금리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금 운용 수익률이 단기 국고채 금리와 맞물릴 수 있다는 뜻이다.
조 연구원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없이 남는 초과 세수가 기금으로 적립되고 내년 총지출이 800조원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발행 규모가 190조원대 후반에서 200조원 내외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이 추산에 대해 “가정이 많이 들어간 최대치이자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발행 축소분이 예상보다 크지 않으면 최종 발행량은 210조원 안팎에 그칠 가능성도 거론됐다. 최지욱 스테이트스트리트마켓츠(State Street Markets) 연구원은 내년 국고채 총발행량을 210조~215조원 내외로 봤다. 올해 226조원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국고채는 정부가 재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세입이 늘면 통상 발행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 되지만, 이번에는 초과세수가 미래대응기금으로 먼저 흡수되는 구조가 제시되면서 일반회계와 국채 발행 사이의 연결 방식이 시장의 쟁점이 됐다.
본지는 앞서 씨티가 미래대응기금 운용계획을 반영해 국고채 발행 전망을 높인 흐름을 전했다. 당시에도 초과 재정여력이 미래대응기금으로 흡수되면 2026~2027년 국고채 발행 감축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채권시장은 내년도 예산안과 국고채 발행 한도, 만기별 발행 계획을 함께 확인하게 된다. 미래대응기금은 국내 재정 사안이지만 국고채 발행과 금리 경로를 통해 위험자산 환경에도 간접적으로 닿을 수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실제 예산안, 국고채 발행 한도, 기금 운용 방식이 확인된 뒤 따져볼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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