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사채 수요, 미 장기금리 논쟁 흔들었다

| 이준한 기자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 논쟁의 새 축으로 떠올랐다.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뿐 아니라 대형 기술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채권시장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 거시경제학자 우자룽(吳嘉隆)은 ABMedia 기고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의 한 원인으로 ‘AI 산업혁명’에 따른 자금 배제 효과를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e), 메타($META) 등 대형 기술기업이 데이터센터와 연산 장비를 확충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이 과정에서 회사채 수익률 상승 압력이 국채 수익률로 옮겨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채권시장에서 회사채와 국채는 모두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한다. AI 투자 기대가 높아질수록 기업은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투자자는 위험이 더 큰 회사채와 비교해 국채에도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AP통신은 기술기업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대규모 차입이 국채 수익률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이는 장기금리를 재정적자나 물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장 내 논의와 맞닿아 있다.

우자룽의 주장은 금리 상승을 단순한 재정 위기 신호로만 보지 않는 데 초점이 있다. 그는 1990년대 정보기술 혁명 때도 기업 투자가 늘고 금리가 올랐지만, 생산성 향상과 세수 증가가 재정 여건을 개선한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들었다.

다만 AI 투자가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그 효과가 언제 경제 지표에 반영될지는 별도 문제다. 초기 인프라 투자 국면에서는 자금 수요가 먼저 나타나고, 생산성 효과는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은 AI와 금리 영향을 다룬 글에서 AI의 생산성 효과가 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견해와, 투자·성장 수요가 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견해가 함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글은 AI 효과가 거시 지표에서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현재는 ‘기계를 짓는’ 단계라는 분석도 소개했다.

미국 재무부의 대응도 시장 논쟁을 키웠다. 재무부는 19일 발표문에서 10~20년물과 20~30년물 장기 명목 국채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66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5320억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적용 기간은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다. 장기 명목 국채 바이백은 시장에서 기존 국채를 다시 사들여 특정 만기 구간의 유동성을 보완하는 조치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의 장기채 바이백은 장기물 수급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AP통신은 바이백 확대 발표 이후에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69%로 되돌아갔고, 30년물 수익률도 5.23%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이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기술기업 차입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본지도 앞서 장기금리 상승 배경에 재정적자와 대형 기술기업 회사채 발행 확대가 함께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반대 시각도 있다. 캐시 우드(Cathie Wood) 아크인베스트 창업자는 링크드인 글에서 AI와 기술 기반 생산성 향상이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우드는 AI 모델 훈련 비용과 추론 비용 하락을 근거로 들며, 채권시장이 AI의 디플레이션 효과를 반영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AI 투자 수요가 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자룽의 해석과 결론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도 AI 인프라 논의는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비용 문제와 연결된다. 본지는 앞서 AI 연산 수요가 커질수록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운영 같은 주변 인프라가 함께 묶이는 구조를 짚었다.

한국 크립토 투자자에게 이번 논쟁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단기 가격 방향보다 거시 유동성 환경을 읽는 문제에 가깝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미국 재무부가 9월 9일부터 장기채 바이백 확대를 적용하기로 했고, AI 관련 차입이 채권시장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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