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발행사들이 달러채 일변도에서 벗어나 엔화채와 호주달러채, 홍콩달러채 등 이종통화 시장을 다시 살피고 있다. 달러채 공급 부담이 커진 가운데 통화스와프 여건과 현지 투자 수요가 발행 통화 선택을 가르는 변수로 떠올랐다.
연합인포맥스는 27일 투자은행(IB) 업계를 인용해 올 상반기 달러채 발행을 마친 국내 발행사들의 관심이 이종통화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물(Korean Paper)은 국내 기관이나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을 뜻한다.
최근 흐름은 통화별로 엇갈렸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포모사본드 북빌딩에서 이전보다 둔화한 수요를 확인했다. 5년 변동금리부채권(FRN) 스프레드는 SOFR에 70bp를 더한 수준으로 정해졌고, 발행 규모는 3억달러(약 4155억원)였다.
이는 같은 만기물을 한 달여 전 발행한 하나은행의 68bp보다 2bp 높은 수준이다. 해진공은 무디스 기준 Aa2 등급으로 하나은행의 Aa3보다 한 단계 높지만, 발행 스프레드는 더 높게 형성됐다.
포모사본드는 해외 발행기관이 대만 자본시장에서 대만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대만 기관의 목표 금리가 고정된 반면 한국물 발행 스프레드는 축소돼 온 만큼,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의 금리 눈높이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유로화 커버드본드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주금공은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북빌딩에서 30분 만에 발행액 8억유로를 웃도는 수요를 확인했다.
앞서 본지는 해진공과 주금공이 이종통화로 1.7조원을 조달한 사례를 전하며 달러채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피로도가 이종통화 활용 배경으로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달러채 발행이 한꺼번에 몰리면 같은 한국물 안에서도 투자자 수요와 스프레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엔화채인 사무라이본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엔화채는 유로화와 함께 G3 통화 시장으로 분류되지만, 한동안 달러채 대비 조달 경쟁력이 낮아 현지 자금 수요가 있는 일부 기업 외에는 관심이 제한됐다.
최근에는 엔화 단기금리 상승과 스와프 베이시스 개선이 맞물리며 일부 발행사가 조달 여건을 살피고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명목 금리뿐 아니라 조달 통화를 원화나 달러로 바꾸는 과정의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호주달러 표시 캥거루본드 관심도 이어졌다. 캥거루본드는 중국계 기관의 매수세와 호주달러 유동성이 맞물리며 국내 발행사들이 꾸준히 보는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2월 15억호주달러 규모 캥거루본드를 발행했다. 이 발행은 한국물 캥거루본드 기준 역대 최대 발행 규모와 최저 스프레드 기록을 다시 쓴 사례로 제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5월 첫 공모 캥거루본드 발행을 마쳤다.
홍콩달러 표시 완탕본드도 새 선택지로 부상했다. 완탕본드는 홍콩 자본시장에서 역외 발행사가 공모로 발행하는 홍콩달러 표시 채권이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의 현지 통화 채권시장 활성화 움직임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지난해 2월 발행은 완탕본드 시장 관심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정부·국제기구·기관(SSA)을 제외한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완탕본드를 발행했고, 수출입은행도 올해 5월 발행을 마쳤다.
딤섬본드와 스위스프랑채권은 최근 존재감이 약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사들은 금리 경쟁력과 투자자 수요가 확인되는 통화를 중심으로 조달 시장을 고르고 있으며, 후발 발행의 수요와 스프레드가 통화별 경쟁력을 가를 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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