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호르무즈 밖 바스라 원유 인도 입찰

| 김미래 기자

이라크가 바스라 원유 구매자에게 호르무즈 해협 밖에서 물량을 넘겨받는 선택지를 처음 제시했다. 중동 전쟁 이후 해협 통항 리스크가 원유 조달 비용을 키운 가운데, 이라크 국영 원유판매사 소모(SOMO)가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수출 경로를 넓히는 흐름이다.

블룸버그는 소모가 27일 기준 바스라 미디엄(Basrah Medium)과 바스라 헤비(Basrah Heavy)를 오만 연안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STS)으로 인도하는 입찰을 냈다고 보도했다. 구매자 선박이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들어가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이번 방식은 전쟁이 2026년 2월 말 시작된 뒤 이라크 원유를 호르무즈 바깥에서 받을 수 있게 한 첫 사례로 전해졌다. 다만 원유를 실은 1차 선박은 여전히 바스라에서 오만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구매자 선박의 해협 진입 부담은 줄어들지만, 이라크 물량 자체가 해협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선박 간 환적은 항만에 접안하지 않고 해상에서 유조선끼리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통상 원유 거래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선박 확보, 보험료, 대기 시간, 도착 일정이 함께 조달 비용을 좌우한다. 해협 안쪽으로 들어가는 구간이 줄어들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일부 운항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원유 수입국에 직접 영향을 주는 병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 해협을 지났고, 세계 해상 석유무역의 약 25%가 이 경로에 의존했다.

IEA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만 일부 파이프라인 우회가 가능하고,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이란은 대부분의 수출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남부 항만에 수출 물량이 몰리는 구조에서는 해협 통항 차질이 곧 선적 일정과 운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라크는 앞서 할인으로 구매자를 끌어들이려 했다. 로이터는 소모가 해협 안쪽에서 선적하는 바스라 원유에 큰 폭의 할인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바스라 미디엄은 배럴당 25~27달러(약 3만4600~3만7400원), 바스라 헤비는 27.80~29.80달러(약 3만8500~4만1300원)의 할인폭이 제시됐다.

본지도 앞서 [호르무즈 항로 불안 속에서 이라크 원유 할인과 중국 정유사의 조달 확대가 맞물린 흐름](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94087)을 전했다. 당시 흐름은 걸프 원유 조달 판단 기준이 단순 가격에서 운임, 보험, 도착 가능성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이라크는 통항 허가와 대체 경로를 함께 모색했다. 로이터는 이란이 일부 이라크 유조선의 호르무즈 통과를 허가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동시에 터키 제이한, 시리아 바니야스, 요르단 아카바 등 다른 수출로도 검토하고 있다.

본지는 앞서 [이란이 이라크 유조선 일부의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했다는 보도](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95594)를 전한 바 있다. 이번 STS 입찰은 통항 허가 하나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해협 안쪽 선적, 해협 바깥 환적, 대체 수출로 검토를 함께 놓는 조치에 가깝다.

시장 반응은 아직 이라크 단독 재료로 분리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27일 오전 장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88달러대(약 12만2000원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2달러대(약 11만4000원대)에서 움직였다고 전했다. 시장은 이라크의 새 인도 방식보다 호르무즈 재개 협상과 중동 긴장 완화 여부를 함께 반영했다.

위험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앞선 할인 보도에서 배럴당 25~29.80달러 수준의 할인폭이 제시된 것은 구매자들이 해협 안쪽 선적에 여전히 비용과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TS 입찰은 이 부담을 줄이는 시도지만, 실제 거래 조건은 낙찰 결과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

한국 정유사와 원유 수입업계에도 호르무즈 변수는 조달 비용과 일정의 문제로 이어진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는 해협 통항 차질이 선박 운임, 보험료, 대체 원유 확보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 오만 연안 환적 방식이 실제 물량으로 이어지면 구매자 선택지는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입찰이 실제 낙찰로 이어질지, 거래 물량이 어느 정도일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가격 안정 효과도 입찰 성사와 실제 운송 조건이 확인된 뒤 판단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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