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0년물 금리, 이탈리아 웃돌았다

| 정민석 기자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올여름 대부분 이탈리아 10년물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며 유럽 채권시장의 위험 인식이 뒤집혔다. 과거 유로존 재정불안의 상징으로 꼽히던 이탈리아보다 프랑스의 재정과 정치 리스크가 더 민감하게 가격에 반영되는 흐름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유럽 채권 투자자들의 주요 우려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프랑스 국채에 더 높은 금리가 붙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더 큰 보상을 요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자료를 보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154%에서 올해 139%로 낮아졌다. 프랑스는 같은 기간 114%에서 117%로 올랐다.

재정 흐름도 갈렸다. 이탈리아는 이자 지급을 제외한 정부 세입이 지출을 웃도는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반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의 5%를 넘겼다.

이탈리아는 10여 년 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부채 부담이 컸던 국가로 분류됐다. 그러나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 총리 정부 출범 이후 재정적자는 2022년 GDP 대비 8%에서 지난해 3%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멜로니 정부는 출범 전 시장에서 과도한 재정 지출과 유럽연합(EU)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받았다. 하지만 실제 정책 운용에서는 재정 규율을 앞세우며 채권 투자자들의 평가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덤 포즌(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이탈리아는 이제 G7 채권시장의 모범생이 됐다"고 말했다. 높은 부채 규모 자체보다 재정 경로와 정치 안정성이 채권시장에서 더 크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는 반대 흐름에 놓였다. 2027년 4~5월 대선을 앞두고 기존 재정 부담에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 좌파 진영과 마린 르펜(Marine Le Pen) 국민연합 진영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되며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 조합에 대한 경계도 커졌다.

유럽 주요국 선거가 금융시장의 정치 리스크 점검 대상에 오른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본지는 앞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선거 일정이 우파 포퓰리즘 확산 여부와 채권시장 반응을 가늠할 지점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국채 10년물은 정부의 장기 차입 비용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같은 유로존 안에서도 국가별 재정 상태와 정치 안정성에 따라 금리 차가 벌어진다. 투자자는 부채 상환 능력이나 정책 신뢰가 약하다고 판단하는 국가의 국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에블린 고메스리에티(Evelyne Gomez-Liechti) 자산전략가는 전통적으로 프랑스 국채를 많이 보유해 온 일본 투자자들이 프랑스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프랑스가 새로운 이탈리아"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채가 과거 이탈리아 국채처럼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받는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로한 칸나(Rohan Khanna) 바클레이스 유럽 금리전략 책임자는 프랑스가 성장, 재정, 정치 리스크가 함께 얽힌 "퍼펙트 스톰"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채 불안이 단일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와 재정, 선거 변수의 결합으로 읽힌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리 역전이 곧바로 금융 안정 위기를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 매체 라이뉴스(RaiNews)는 프랑스 10년물 금리가 이탈리아 10년물을 웃돈 현상이 역사적 반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금리 차가 크지 않아 위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쟁점은 프랑스 국채가 당장 위기에 빠졌다는 의미보다 유럽 국채시장에서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부채 규모뿐 아니라 재정적자 축소 여부, 정부의 정책 지속성, 선거 이후 정책 방향이 함께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유럽 금리와 환율, 글로벌 채권자금 이동을 통해 간접 영향이 생길 수 있다. 프랑스 대선은 2027년 4~5월 예정돼 있으며, 채권시장은 그 전까지 재정 지표와 여론 흐름을 함께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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