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로 늘렸지만 장기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채시장 유동성 지원을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재정 부담과 장기채 수급 압박이 함께 드러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8월 19일 발표문에서 10~20년물과 20~30년물 장기 명목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50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늘린다고 밝혔다. 확대 규모는 9월 9일부터 적용되며 이번 환매 분기 종료일인 11월 4일까지 유지된다.
재무부가 제시한 공식 목적은 금리 억제가 아니라 장기 명목 구간의 유동성 지원이다. 재무부는 장기물 바이백에서 양질의 매도 제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더 큰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발표문에는 자금원이나 추가 확대 방식은 명시되지 않았다.
국채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채무관리 수단이다. 통상 특정 만기 구간의 거래 부담을 낮추고 시장 기능을 보강하는 데 쓰인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달리 정부의 총부채 자체를 줄이는 조치는 아니다.
문제는 시장이 장기금리 상승을 단순한 유동성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려는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재정적자를 억제하는 구체적 조치가 없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8월 29일 기준 인베스팅닷컴의 로이터 분석 페이지에 표시된 시장 데이터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4.722%, 30년물 국채금리 5.208%다. 재무부 발표 이후에도 장기금리가 뚜렷하게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본지의 앞선 보도와 같은 흐름이다.
미국 장기물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배경에는 부채와 이자비용이 있다. 로이터는 미국 재무부 일일 현금·부채 잔액 자료를 근거로 8월 19일 기준 미국 총공공부채가 40조470억 달러(약 5경5065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순이자지출은 2025년 9700억 달러(약 1334조원)에서 2026년 1조 달러(약 1375조원)를 넘을 것으로 봤다.
장기채 시장에서는 국채 공급,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잔존 위험이 함께 금리에 반영된다. 바이백이 일부 만기 구간의 거래 여건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정부 차입 수요가 계속 크면 금리 하락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평가는 엇갈렸다. 노샤드 샤(Nohshad Shah) 시타델증권 EMEA 채권영업 책임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에서 이번 흐름을 ‘금융 억압’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책당국이 재정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기보다 시장 신호를 누르려 한다는 취지다.
마켓워치는 이번 조치가 드라기식 ‘무엇이든 하겠다’ 선언이나 버냉키식 대규모 구제책에 견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규모가 작아 장기금리에 미칠 실질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일부 투자자는 바이백을 달러 유동성 완화 재료로 받아들였다.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메일스트롬 최고투자책임자는 스톡트윗츠가 전한 서브스택 글에서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를 암호화폐 시장 유동성에 우호적인 변수로 해석했다.
다만 이는 개인 투자자와 시장 참가자의 해석이다. 이번 조치가 장기금리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에테나(ENA) 등 위험자산에 지속적으로 반영됐다는 증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 유동성은 간접 변수다. 미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 이후 달러 약세와 비트코인·금 동반 강세가 앞서 위험자산 흐름과 함께 거론됐지만, 재무부 조치의 직접 효과와 지속성은 별도로 봐야 한다.
이번 장기물 바이백 확대는 9월 9일 시행된다. 재무부는 다음 분기 차환 발표가 예정된 11월 4일 향후 바이백 규모와 관련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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