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40억 달러(약 5조5320억원)로 확대하면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의 시장 개입 방식이 신뢰 논란으로 번졌다. 장기물 유동성 보강이라는 채무관리 조치가 사실상 장기금리 억제 수단처럼 작동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미 재무부는 8월 19일 발표문에서 10~20년물과 20~30년물 명목 쿠폰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66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늘린다고 밝혔다. 확대 조치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의 목적을 장기 구간에 더 큰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발표문에는 금리 목표나 가격 방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매입 대상이 장기 구간에 집중되면서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장기금리 흐름에 직접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조치다. 통상 특정 만기 구간의 거래 부담을 낮추고 시장 기능을 보강하는 채무관리 수단으로 쓰인다. 국채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은 내려가는 구조여서, 장기물 매입 확대는 금리 안정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결정은 장기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나왔다. AP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69%로 다시 올랐고 30년물 금리는 5.23%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시장이 재무부의 방어 능력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함께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ED) 주간 데이터에서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8월 14일 4.68%에서 8월 21일 4.70%로 올랐다. 재무부 발표 이후 장기금리가 뚜렷하게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리 수치는 기준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발표 직후 반응과 주간 흐름을 나눠 봐야 한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로이터는 재무부 조치가 발표 직후 장기채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불확실성, 재정적자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루이스 알바라도(Luis Alvarado)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글로벌 채권 공동대표는 이번 조치가 단기 안도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 효과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로이터는 발표 직후 장기채가 반등했다고 전했고, 악시오스는 8월 26일 기준 30년물 금리가 5.31%에서 5.19%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즉각적인 가격 반응은 있었지만 지속력은 확인이 필요한 단계라는 평가다.
비판은 재무부 신뢰 문제로 이어졌다.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 투자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시장이 장기물 바이백 확대를 가격 관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며 실수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장기채 금리가 세계에서 중요한 가격 중 하나이며, 이를 방어하려는 개입은 더 큰 바이백 압력과 재무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로는 베센트 장관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개입적인 재무장관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보도는 재무부가 기존 장기 국채 매입 일정을 공개한 지 약 2주 만에 10~30년물 매입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렸다고 전했다. 시장이 이를 일회성 유동성 보강보다 정책 신호로 읽는 배경이다.
정책기관 간 역할 경계도 논쟁거리다. 마켓워치는 베센트 장관의 조치가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금리정책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재무부가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 국채를 사들이면 장기금리는 낮추고 단기금리는 높이는 방향으로 수익률곡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와 물가 대응을 맡고, 재무부는 정부 자금 조달과 국채 발행·환매를 관리한다. 두 기관의 역할은 다르지만 국채시장에서는 정책 효과가 겹칠 수 있다. 재무부의 채무관리 수단이 장기금리 신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하면 통화정책 메시지와 충돌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논쟁은 환율과 위험자산 가격을 함께 봐야 하는 사안이다. 달러 유동성과 장기금리 변화는 해외 채권, 미국 주식, 가상자산의 할인율 판단에 영향을 준다. 본지는 앞서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비트코인(BTC) 등 위험자산에도 금리와 달러 유동성 변수로 작용한다고 보도했다.
크립토 시장이 이 논쟁을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국채 금리는 달러 유동성, 위험자산 선호, 담보 가치 판단에 영향을 준다. BTC와 주요 디지털자산 가격을 직접 설명하는 변수는 아니지만, 장기금리와 재정 신뢰 논쟁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재무부는 11월 4일 예정된 다음 분기 차환 발표에서 향후 바이백 규모에 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확대된 장기물 바이백은 9월 9일부터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