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달러-원 환율 하단 전망치를 1,380원에서 1,340원으로 낮췄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와 외국인 주식 자금 복귀 가능성이 내년 초까지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일 발간한 월간 전망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단기 되돌림은 가능하지만 큰 흐름에서는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일회성 달러 수요를 소화하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흐름이 예상된다"며 "하락 추세는 내년 초까지 불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전망에서 제시했던 하단 1,380원을 기존 연간 전망 하단이었던 1,340원으로 다시 조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수출 회복을 환율 하락 전망의 핵심 배경으로 들었다.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선박, 석유제품 등 주요 품목 수출이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유입되는 달러가 외환시장 공급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원화의 주요 펀더멘털인 수출 경기 회복세가 견고해 내년 초까지 환율 하락을 주도할 것"이라며 "일평균 수출이 10억 달러를 웃도는데 일평균 네고물량이 10억 달러 이상 수급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네고물량은 수출업체가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물량을 말한다. 수출 대금이 국내로 들어와 원화 환전으로 이어지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늘고, 달러-원 환율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공업체 수주도 원화 강세 재료로 거론됐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중공업체 수주도 지난 5년 월평균 추이를 웃돌아 잠재적인 대규모 선물환 매도 확대를 시사한다"며 "중기적 환율 하락의 동인"이라고 말했다.
선물환 매도는 향후 받을 외화를 미리 팔아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거래다. 조선·중공업처럼 장기 수주가 많은 업종에서는 향후 달러 수입을 미리 헤지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주요 변수로 제시됐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원화 자산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 수요 과잉 심화로 D램 가격이 지난 8월 2% 오르는 등 5개월 연속 상승하는 중"이라며 "가격 상승뿐 아니라 판매량 증가도 동반돼 국내 증시 저평가 진단에 힘을 실어준다. 연말로 갈수록 외국인 투자 자금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되돌림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낙폭이 깊은 만큼 수출업체가 관망세로 돌아서고 결제수요가 유입되면 환율이 반등한 뒤 다시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외국인 주식 매도세, 배당 역송금, 환율 급락에 따른 선물환 매도와 원화 환전 수요 둔화는 환율 상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환율 하락 전망 안에서도 실제 경로는 수출 달러 공급과 달러 실수요가 맞물려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달러-원 환율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참고 변수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달러 가격이 같더라도 환율이 내려가면 국내 거래소의 원화 표시 가격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본지는 앞서 달러-원 환율이 27일 장중 1,380원 아래로 내려간 흐름을 전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환율을 추가로 낮추는 직접 재료라기보다 외환스와프 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평가됐다. 앞서 본지는 달러-원 1개월물이 서울장 종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호가된 흐름을 전한 바 있다. 환율 방향은 수출 달러 공급, 외국인 주식 자금, 결제수요와 해외 투자 수요가 함께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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