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가 엔화와 위안화 대비 환율을 동시에 끌어내리며 국내 투자자의 원화 기준 자산 평가에도 변수가 되고 있다.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850원대, 위안-원 환율은 203원대로 내려왔다.
3일 연합인포맥스 주요 통화 재정환율 화면에 따르면 엔-원 환율은 최근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졌다. 엔-원 환율이 850원대로 내려온 것은 202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 같은 구간은 2008년 1월이었다.
위안-원 환율도 낮아졌다. 위안-원 일별 거래 종합 화면에서 위안-원 환율은 203원대로 내려와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외국환중개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외국환시세에서 미국 달러는 1,368.70원, 일본 엔화는 100엔당 857.45원, 중국 위안화는 203.55원이었다.
하락 폭은 짧은 기간에 집중됐다. 7월 초 100엔당 970원대를 오가던 엔-원 환율은 두 달여 만에 약 120원 내렸다. 같은 기간 위안-원 환율은 230원 수준에서 30원가량 낮아졌다.
달러 대비 흐름도 원화 쪽으로 기울었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해 4월 초 7.42위안 수준에서 현재 6.72위안까지 내려왔다. 위안화도 강세였지만 위안-원 환율이 함께 급락한 것은 원화 상승 폭이 위안화 상승 폭을 웃돌았다는 뜻이다.
통화별 등락률 비교 화면에서 지난 7~8월 원화는 달러 대비 13.39% 올랐다. 같은 기간 엔화 상승률은 1.75%, 위안화 상승률은 1.15%였다. 원화가 아시아 주요 통화보다 빠르게 오른 셈이다.
엔-원 재정환율은 원화와 엔화가 직접 거래되는 시장 가격이라기보다 달러-원과 달러-엔 환율을 바탕으로 계산한 교차 환율이다. 달러 대비 원화가 엔화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면 엔-원 환율은 내려간다. 위안-원 환율도 달러와 각 통화의 상대 흐름을 함께 반영한다.
백석현(Baek Seok-hyun)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두 달간 엔화가 대폭 하락했으나 원화 강세 압력이 둔화하고 있어 엔-원 환율이 추가 하락하기는 여의치 않을 듯하다”며 “적어도 지난 두 달간의 하락 속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금리 상승의 질이 다른 것이 엔화 약세, 원화 강세의 배경”이라면서도 “18년간 굳건한 100엔당 850원 장벽은 지켜질 수 있다”고 했다.
달러-원 환율도 같은 흐름 안에서 움직였다. 연합인포맥스는 달러-원 환율이 2일 런던장에서 오후 5시30분께 1,362.80원까지 내려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장보다 1.70원 내린 1,368.70원에 거래됐다.
외환시장에서는 속도 조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은행은 상대강도지수(RSI), 스토캐스틱, 윌리엄스 %R, 볼린저밴드 등 기술적 지표에서 과매도 신호가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기술적 과매도 신호는 환율이 단기간에 빠르게 내려 되돌림 압력이 커졌다는 해석에 쓰인다. 다만 지표만으로 방향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환율은 금리차, 수급, 달러 흐름, 유가 등 여러 변수에 함께 영향을 받는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환율은 별도 변수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달러 가격이 같아도 원화가 강해지면 원화 환산 가격은 낮아진다. 본지는 앞서 원화 가치와 달러 유동성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원화 환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짚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원이 하락할 동안 엔화 등 주요국 통화는 횡보 내지 약간 강세인 정도”라며 “엔-원 환율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원화가 너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는 달러-원 환율과 엔-원·위안-원 환율의 동반 흐름에서 다시 확인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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