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와 "美 장기국채 고금리 구조화 가능성…수급개선 요원"

| 정민석 기자

다이와종합연구소(Daiwa Institute of Research)가 미국의 장기·초장기 국채 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에 고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를 끌어내릴 수요 측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4일 발표한 미국 장기·초장기 국채 금리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설사 수요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주가 급락이나 신용위험 증가 등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상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연구소가 첫 번째로 꼽은 요인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인공지능(AI) 투자다. 하이퍼스케일러 투자가 일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줄었지만, AI 활용이 늘어나는 국면에서 투자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미 국채와 하이퍼스케일러가 발행하는 장기채가 서로 경합하는 구도가 이어지면서 수급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운영하는 초대형 기술기업을 가리킨다.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려면 건설비뿐 아니라 전력·냉각·통신 설비에 장기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해 채권 발행 규모가 크다. 이 때문에 하이퍼스케일러의 장기채가 미 국채와 같은 만기 구간에서 투자자 자금을 나눠 가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연구소는 하이퍼스케일러가 회사채 대신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으로 방향을 틀면 국채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경우 주가 하락과 신용위험 증가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의 위험을 키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채 금리를 낮추는 경로 자체가 다른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뜻이다.

블랙록도 앞서 정부와 AI 기업의 자본 경쟁이 선진국 장기국채 수익률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웨이 리(Wei Li) 블랙록 글로벌 수석 전략가와 비벡 폴(Vivek Paul)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서치 헤드는 당시 논평에서 "정부, 인공지능 하이퍼스케일러, 경제 전반의 기업들이 자본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는 AI 생산성 붐 시나리오에서도 장기국채 수익률에 대한 상방 압력을 유지시킨다"고 밝혔다. 성장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자금 수요가 함께 늘면 장기금리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뜻으로,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이번 진단과 방향이 겹친다.

두 번째 요인은 해외 중앙은행과 연기금의 미 국채 매입 회피다. 연구소는 미국 정부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달러화 기반 자산 보유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외화 준비 운용의 다각화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되면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해 '비상시 달러 매수'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역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자체가 시장 불확실성의 진원지가 될 수 있어 국채 금리 하락에 유리한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 중간선거다. 연구소는 현재의 고금리 상황을 완화하려면 바이백 같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금리 상승 효과를 상쇄할 만한 대폭적인 재정수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회보장비 억제 등 재정 지출을 줄일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어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필요성만 커질 수 있다고 연구소는 예상했다. 재정 완화 여지가 좁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부담까지 겹치면 장기금리를 끌어내릴 카드가 더 줄어드는 셈이다.

연구소는 중동 정세 개선을 통한 에너지 가격 억제와 국방비 추가 확대 억제가 재정수지 악화를 막아 장기·초장기 국채 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 가지 부정 요인과 달리 이 부분은 금리 하락 쪽에 힘을 싣는 변수로 제시됐다.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에 고착될 가능성은 위험자산 전반의 유동성 환경과 맞닿아 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개별 재료보다 금리 기대와 달러 유동성에 더 민감하게 움직일 때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진단은 국내 크립토 시장 참가자에게도 참고할 대목이다. AI 투자가 생산성 개선보다 앞서면 물가 압력이 남을 수 있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인사의 경고도 본지는 앞서 전한 바 있다.

장기금리 고착 여부는 결국 미국 중간선거 이후 재정정책 방향과 중동 정세 흐름, 하이퍼스케일러의 자금조달 방식 변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결론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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