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은 대출 공급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차주의 금융배제 원인에 맞춰 신용평가와 상환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심세리 강원대 조교수는 여신금융연구소 계간지 ‘여신금융’ 2026년 여름호 논단에서 “포용금융의 핵심은 더 많은 대출이 아니라, 차주의 상태에 맞는 신용중개 방식을 설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단은 포용금융의 성과를 단순한 대출 공급량이 아니라 차주의 금융 회복 과정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저신용·저소득 차주라도 금융에서 배제된 원인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정보 부족으로 실제 상환능력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차주에게는 신용평가모형을 보완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금융정보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상환능력을 평가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차주에게는 조기 상환구조 조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상환능력 자체가 훼손된 차주에게는 신규 대출을 늘리기보다 채무조정과 금융권 재진입 경로를 마련하는 접근이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신전문금융업의 자금 조달 구조도 고려해야 할 요소로 제시됐다. 여전사는 예금을 받는 수신 기능이 없어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만큼, 차주의 자금 수요와 함께 조달비용과 차환위험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시장성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금리와 자금시장 여건이 대출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용금융을 확대할 때도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조달 여건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포용금융을 단순한 신용공급 확대나 금리 인하로만 요구하면 금융회사가 승인 기준을 강화하거나 대출 한도와 만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 결과 일부 차주는 제도권 금융에서 오히려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평가 기준도 승인 규모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출 이후 연체율, 정상 상환으로 돌아온 비율, 장기 연체 해소 여부를 함께 살펴야 포용금융의 실질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여전업의 포용금융 역할을 평가할 때는 시장성 조달 구조와 건전성 관리도 함께 봐야 한다. 소비자 보호와 연체 이후 회복 경로를 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도 논단에 담겼다.
심 교수는 “포용성과 건전성은 정태적인 상충관계로만 볼 필요가 없다”며 “정보의 질이 높아지고, 위험에 따른 가격과 상환구조가 정교해지며, 연체 이후 회복경로가 마련될 때 포용과 건전성은 보완적으로 작동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포용금융과 금융회사 건전성을 고정된 대립 관계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차주의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연체 이후 정상적인 금융 이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후 회복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인터넷은행 3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면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와 비금융 대안정보 활용을 병행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과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함께 추진해 왔다는 본지 보도도 이번 논의와 맞닿아 있다.
이 같은 접근은 차주별 금융상태를 구분해 대출 공급, 상환조건 조정, 채무조정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대출을 얼마나 많이 실행했는지보다 차주가 연체를 줄이고 금융권에 재진입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포용금융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금융회사의 조달 여건과 소비자 보호, 차주의 회복 가능성을 함께 반영하는 평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논단은 포용금융을 대출 규모가 아닌 차주별 회복 성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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