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오른 뒤 1년여 동안 은행권 수신은 187조원 늘었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 수신은 감소했다. 당초 예상됐던 2금융권으로의 구조적인 자금 이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합인포맥스는 8일 예금은행 총수신 잔액이 올해 6월 말 2912조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직전인 지난해 8월 말 2725조원보다 187조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약 2조원 줄었다. 새마을금고는 17조원, 신용협동조합은 5조원가량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업권은 생명보험업권이었다. 생명보험사의 수신 잔액은 약 83조원 줄었지만, 생명보험사의 수신 전체가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전 금융당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2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2금융권의 수신금리 경쟁이 약해지고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수신금리 흐름은 예상과 달랐다. 2금융권 수신금리가 올랐는데도 수신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합인포맥스 저축은행 정기예금금리 화면번호 4428에 따르면 7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73%였다. 지난해 9월 1일 2.99%보다 0.7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수신 증가의 배경으로는 기업 예금과 기업대출 확대가 꼽혔다. 기업 예금은 1억원 보호한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기업대출이 늘면서 대출금이 다시 은행 계좌로 유입돼 수신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개인 자금 규모가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대출로 자금이 흘러가며 은행 예금이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은행권은 통화량 증가율 수준으로 예금이 성장했지만 2금융권은 개인 예금자 중심으로 역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증시 상승 국면에서는 예금 잔액이 투자시장으로 이동했다. 2금융권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지만 수신 감소 폭을 줄이지 못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분산예치 불편 완화 효과도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예금 분산이 이미 간편해 한도 상향 전에도 여러 금융기관에 자금을 나눠 맡기기 어렵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증시로 머니무브가 발생하고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는 등 수신 잔액 감소 요인들이 많았다”며 “7~8월에는 감소세가 확실히 진정된 상태로, 6월 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만으로는 증시와 세제 변화에 따른 자금 이동을 되돌리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에 이르렀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의 한도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됐다.
이번 흐름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이후 저축은행의 수신 증가 효과가 제한됐다는 본지의 앞선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보호한도 자체보다 기업대출, 증시 흐름, 세제 변화가 금융기관별 수신 움직임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이후 2금융권으로의 구조적인 자금 유입은 확인되지 않았다. 2금융권 수신은 7~8월 감소세가 진정됐지만 6월 말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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