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험자산이 인플레이션과 관세, 지정학적 충돌 등 잇단 충격을 견뎌왔지만 기업 세금 인상과 민간부문 레버리지 증가가 시장 회복력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식과 채권의 관계 변화, 중앙은행 지원 약화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HSBC 전략가들은 7일 공개한 메모에서 최근 시장이 부정적 요인을 외면하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며 위험자산을 "테플론"에 비유했다. 강한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 중앙은행의 정책 지원이 시장을 지탱했다는 설명이다.
HSBC가 꼽은 첫 번째 위험은 기업 세금 인상이다. 세율이 오르면 기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실적 기대가 약화하면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가까워지거나 이를 밑돌 경우 주식과 채권의 관계가 과거처럼 바뀔 가능성도 제시됐다. 채권 가격이 주가 하락 때 오르는 부정적 상관관계가 회복되면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주식 가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국채의 안전성과 유동성 프리미엄 약화가 거론된 최근 채권시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다만 HSBC는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앞으로 반드시 바뀐다고 단정하지 않고, 물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위험으로 제시했다.
민간부문 레버리지의 재확대도 변수로 꼽혔다. 민간부문 레버리지가 수십 년 만에 낮은 수준이지만 다시 높아지면 경제와 시장이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의 지원이 약해지는 상황도 시장의 내성을 시험할 수 있다. HSBC는 이른바 ‘중앙은행 풋’이 사라질 경우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주식시장과 자산효과, 금융 여건이 긴밀하게 얽혀 있어 그런 상황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 풋’은 시장 불안이 커질 때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등 정책 수단을 동원해 자산시장 하락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뜻한다. HSBC의 분석은 이런 기대가 실제 정책 지원으로 이어질지보다, 시장이 이를 얼마나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지를 위험 요인으로 본 데 의미가 있다.
시장의 회복력을 뒷받침한 요인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세가 거론됐다. HSBC는 시장의 실적 전망이 반복적으로 실제 결과를 밑돌았고, 회복세가 기술·인공지능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의 세율이 수십 년 만에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도 실적을 뒷받침한 배경으로 제시됐다. 향후 세율이 높아질 경우 지금까지 시장을 지지한 기업 수익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과 채권의 분산 효과가 약해진 점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 배경으로 제시됐다. 국채가 과거만큼 주식 위험을 분산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단기 헤지 전략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미국 가계자산 증가와 현금성 자산 보유 확대도 시장을 지지했다. 미국 가계자산은 코로나19 이전 추세를 크게 웃돌았고, 증가분 상당 부분은 고소득 가계에 집중된 것으로 HSBC는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대응 수단이 과거보다 다양해진 점도 충격 흡수력을 높인 요인으로 거론됐다. HSBC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수단과 지원 장치를 약 20개, 유럽중앙은행(ECB)은 12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효율 개선과 상대적으로 낮은 민간부문 레버리지도 시장이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HSBC는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급등했지만 선진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1970~1980년대와 같은 충격보다 제한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도이체방크도 위험자산의 회복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했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실질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위험자산이 회복력을 보였지만, 금리시장과 주식·신용시장이 경기 충격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현재의 균형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HSBC와 도이체방크의 분석은 시장이 지금까지 충격을 견뎌왔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같은 내성을 보일 것이라는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실적과 정책 지원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회복력이 이어질 수 있지만, 세금·레버리지·물가·자산 간 관계가 동시에 바뀌면 위험자산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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