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리 총재 "인플레 위험 상방"…금리인상 비밀계획은 부인

| 김민준 기자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잉글랜드은행 총재가 8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하원 증언에 출석해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방"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잉글랜드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별도의 "비밀 계획"은 없다고도 선을 그었다.

베일리 총재는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는 또한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과 에너지 가격의 상당한 변동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변동성이 금융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높은 에너지 가격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가격은 여기서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베일리 총재는 시장이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는 일을 중앙은행 대신 떠맡고 있다는 지적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일부 발언이 무조건적인 발언으로 해석돼 때때로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베일리 총재는 영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두고 "현재 통상적으로 분쟁이 발발했을 당시보다 약 75bp(0.75%포인트) 높다"며 "일본을 예외로 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것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큰 모기지 금리 상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증언은 잉글랜드은행이 지난 7월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록에서 에너지 가격과 인공지능(AI) 공급망 병목, 엘니뇨를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으로 제시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 당시 통화정책위원회는 기준금리(뱅크레이트)를 3.75%로 동결했으며, 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4%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같은 자리에 출석한 데이브 람스덴(Dave Ramsden) 잉글랜드은행 부총재는 영국 국내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양호"하다면서도 점점 복잡해지는 글로벌 상황이 정책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람스덴 부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해 "편안하다"면서도 중동 분쟁을 포함한 글로벌 요인이 양호한 국내 상황과 비교해 인플레이션에 "훨씬 더 큰 상방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잉글랜드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되며 매 회의마다 표결을 거쳐 기준금리를 정한다. 위원별 소수 의견은 회의록을 통해 공개되는데, 이번 하원 증언에는 비둘기파와 매파 성향 위원이 나란히 출석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통화정책위원회 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앨런 테일러(Alan Taylor) 위원은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임금과 가격 설정을 끌어올릴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며, 이 경우 잉글랜드은행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에 대한 증거는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진단하며,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노동시장과 투자에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경계했다.

테일러 위원은 "분쟁이 잦아들고, 에너지 가격이 완화되며, 기조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금리 인하를 재개할 근거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인 메건 그린(Megan Greene)은 "에너지 비용이 더 높고 2차 효과가 더 큰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생각해 그에 맞게 행동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면 그때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하면 인플레이션을 계속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위원이 언급한 '2차 효과'는 에너지·식품 같은 공급 측 충격이 임금 협상과 서비스 가격으로 옮겨붙어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테일러 위원이 임금·가격 전이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반면, 그린 위원은 선제적으로 대응한 뒤 사후에 방향을 수정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보여 두 위원의 접근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에너지발 물가 상방 위험은 잉글랜드은행만의 고민이 아니다. 한국은행도 앞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주요국 물가 압력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금통위는 당시 비용 압력의 전이가 이어지고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경로와 에너지 가격은 위험자산의 유동성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이자·배당이 없는 비트코인(BTC) 같은 자산은 통상 금리 기대와 달러 유동성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다만 이번 증언에서 특정 가상자산의 가격 방향을 가늠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잉글랜드은행은 9월 17일 다음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하원 증언에서 나온 위원별 발언이 실제 표결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회의 결과가 나와야 확인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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