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신용카드 결제 일부를 대체하면 연간 지급결제 비용을 최대 5조1500억원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은행예금 이탈과 대규모 환매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준비자산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8일 경제현안분석 제109호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을 발간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편익과 금융시장 영향을 분석했다. 관련 분석 내용은 지급결제 비용 절감 가능성과 금융안정 위험을 함께 다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국내 지급카드 이용 규모를 기준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 일부를 대체할 경우 연간 비용 절감액을 최소 3700억원에서 최대 5조1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카드와 스테이블코인의 수수료율, 카드 결제 대체율에 따라 절감 규모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기준 시나리오는 카드 수수료율 1.3%, 스테이블코인 수수료율 0.3%를 적용했다. 카드 결제의 5%를 대체하면 연간 6100억원, 10%는 1조2300억원, 30%는 3조68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 수수료율 1.5%, 스테이블코인 수수료율 0.1%를 적용한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대체율 30% 기준 절감액이 5조1500억원까지 늘어났다. 비용 절감은 가맹점의 지급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카드사에는 수수료 수익 감소 요인이 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로는 국경 간 송금과 무역 결제, 스마트계약을 활용한 기업 간 거래와 정산 자동화가 제시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등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으로, 결제와 송금 과정에서 중개 비용을 낮추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7월 기준 약 3123억달러(약 420조원)로 집계됐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체의 98.8%를 차지하는 가운데 활용 범위가 디지털자산 거래와 거래소 유동성 관리에서 해외송금, 기업 간 결제, 개인 간 송금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지 않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발행 자격과 인가 요건, 준비자산 기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편익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은행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고, 신뢰가 흔들릴 경우 이용자가 단기간에 대규모 상환을 요구하는 ‘코인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행사가 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자산을 매각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액면가와 시장가격이 벌어지는 디페깅 위험도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한국은행도 급격한 상환 요구와 준비자산 환매, 통화정책 효과 약화, 은행 대출공급 능력 저하 가능성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으로 제시한 바 있다. 준비자산인 국채의 매매가 단기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시장 불안이 커지면 연계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대가 금융시장에 추가적인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지급·결제 기능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분석했다는 한계를 함께 제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미시적 안전장치로 준비자산을 원칙적으로 발행액의 100% 이상 보유하도록 하고, 현금과 단기 국고채 등 구성 자산의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 보상을 허용할 경우에는 보상률 상한과 적용 범위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상 허용 여부는 발행사와 기존 금융산업 간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거래소 리워드의 규제 범위가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시적 대응으로는 이용자 수와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중요 스테이블코인’을 지정하고, 일반 토큰보다 강화된 자기자본·유동성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요 스테이블코인은 국고채 금리, 환율 등에 영향을 미쳐 금융시장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의 발행·유통과 사업자 규율을 담은 제정안 9건이 발의돼 있다. 발행 자격과 인가 요건, 준비자산과 자기자본 기준, 이용자 보호, 감독기관 역할 분담 등이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