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세수를 미래 투자 재원으로 적립하는 미래대응기금 법안이 입법예고를 마쳤지만, 소재·부품·장비 지원은 기금 용도에 별도로 담기지 않았다.
기획예산처는 24일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28일 의견 접수를 마쳤다. 제정안은 경기 변동에 따른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고 미래대응투자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법안은 반도체 기업에 새 세목을 부과하거나 세율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다. 내국세 세입 흐름을 기준으로 추가세수와 초과세수 등을 기금 재원으로 삼는 구조다.
기금은 총괄계정과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사업계정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성장동력 분야에는 인공지능(AI),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소형모듈원자로(SMR), 우주항공, 양자 등 미래기술 투자가 포함됐다.
정부는 앞서 2027년도 예산안에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생긴 재정 여력을 단년도 지출로 모두 쓰지 않고 중장기 투자와 세수 변동 대응에 나눠 쓰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투데이는 기금에 쌓일 돈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실적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기금 용도에는 소재·부품·장비 지원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추가 세수를 미래 투자로 돌리는 구조와 반도체 공급망의 약한 고리를 보강하는 정책이 분리된 셈이다.
재정경제부 ‘2026년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6월 누계 국세수입은 223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내국세는 196조7000억원으로 26조1000억원 증가했다.
세목별 증가액은 소득세 10조4000억원, 증권거래세 5조2000억원, 부가가치세 4조9000억원, 법인세 4조3000억원 순이었다. 재정경제부는 반도체 관련 영업이익과 성과급이 아직 세수에 반영되지 않았고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부터 순차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세수는 당초 내국세 세입예산액에서 내국세 세입 추세치를 뺀 금액으로 정의됐다. 추세치는 2년 전 결산액에 12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두 해 적용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1년 단위 추계 오차로 생기는 초과세수와 구분된다. 반도체 호황처럼 장기 추세를 넘어선 증가분을 따로 걸러내 기금 재원으로 삼겠다는 설계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은 반도체 산업의 국내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점을 짚었다. 반도체 산업의 부가가치유발계수 0.57 가운데 간접효과는 0.17로 제시됐고, 이는 자동차 0.39와 선박 0.42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재료의 수입의존도는 0.334로 제조업 평균 0.233을 웃돌았다.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국내 후방산업으로 충분히 번지지 않는다는 지적의 근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제시한 처방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산학협력 강화, 납품단가 현실화였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법안의 기금 용도에는 이 항목이 별도로 들어가지 않았다.
기금 운용을 둘러싼 재정 논쟁도 남아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 등에 쓰도록 규정한다.
미래대응기금이 신설되면 추가세수 일부가 별도 기금으로 적립돼 운용된다. 정부는 이를 재정 변동성을 줄이는 장치로 설명하지만, 재원이 어떤 산업에서 나오고 어떤 분야에 배분되는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