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울트라(Rubin Ultra) HBM 사양 조정이 단순한 수요 둔화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적층 수를 낮추면 개별 칩의 메모리 용량은 줄지만 패키징 수율과 출하량이 늘어 HBM 총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주칸(Jukan) 시트리니(Citrini) 애널리스트는 30일 공개 글에서 루빈 울트라에 쓰일 HBM 규격이 12단 HBM4E에서 8단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블록비츠(BlockBeats)는 전했다. 그는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등 고객사가 4단 제품까지 요구했지만 메모리 업체가 이를 거부했고, 현재 조정 폭은 8단에서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핵심 배경은 수율과 비용이다. 주칸 애널리스트는 12단 HBM4E를 쓰고 가격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루빈 울트라 전체 물자명세서(BOM)에서 메모리 비용이 약 70%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대역폭을 높이는 고대역폭 메모리다. 적층 수가 늘수록 용량은 커지지만 제조 난도와 패키징 부담도 함께 커진다.
이번 분석은 루빈 울트라의 메모리 논의가 용량 경쟁에서 수율과 시스템 구성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가속기에서는 GPU 자체 성능뿐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 패키징 수율, 공급 가능한 물량이 함께 병목으로 작용한다.
주칸 애널리스트는 모델 양자화, MLA, 연산 작업 분할 같은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저빈도 KV 캐시와 모델 상태를 LPDDR, CXL, 낸드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HBM은 모든 데이터를 담는 저장 공간보다 현재 연산에 필요한 작업 집합을 처리하는 고속 메모리 역할에 가까워진다.
이 해석이 맞다면 HBM 적층 수 감소는 메모리 업체에 일방적인 악재로만 읽히지 않는다. 적층 수를 낮추면 패키징 수율이 개선되고 AI 가속기 출하량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주칸 애널리스트는 이 과정에서 HBM과 AI 가속기 출하가 함께 증가해 HBM 총수요 확대 가능성이 생긴다고 봤다. 더 높은 대역폭 요구가 속도 선별을 통과하는 칩 비율을 낮춰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을 추가로 소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본지는 앞서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의 HBM 용량을 낮출 경우 HBM 수요가 약 10%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다. 이번 시트리니 분석은 같은 사양 조정 논의를 두고 개별 칩당 HBM 사용량보다 전체 출하량과 웨이퍼 소모량을 함께 봐야 한다는 반론에 가깝다.
루빈 울트라 주력 사양이 192GB HBM4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앞서 제기됐다. 본지는 루빈 울트라의 8단 HBM4 192GB 구성 가능성을 보도하며 초기 프리뷰에서 거론된 대용량 HBM 구성과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이 논의는 메모리 업체의 협상력과도 맞닿아 있다. 고객사가 더 낮은 4단 제품을 요구했지만 메모리 업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대목은 사양 조정이 엔비디아와 고객사 뜻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루빈 울트라의 최종 사양은 아직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8단 조정이 실제 제품 구성과 공급계약, 출하량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엔비디아와 메모리 업체의 공식 발표로 확인돼야 한다.
한국 반도체 투자자에게도 직접 닿는 사안이다. HBM 시장은 국내 메모리 업체의 주요 성장 축으로 꼽히지만 AI 가속기 설계가 용량 중심에서 대역폭·수율·시스템 구성 중심으로 이동하면 기업별 수주와 제품 믹스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HBM이 새 메모리 구조로 대체되고 메모리와 로직 칩의 결합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향후 2년이 메모리 업체가 로직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주칸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