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 시장이 2023년부터 이어진 3년 연속 공급 부족에서 벗어나 2026년 26만5000온스의 공급 과잉으로 전환할 전망이다. 투자 수요 감소가 연간 수급 전망을 적자에서 과잉으로 바꾼 핵심 요인이다.
세계백금투자협회(WPIC)는 9일 발표한 ‘플래티넘 쿼털리’에서 2026년 백금 시장의 공급 과잉 규모를 26만5000온스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은 29만7000온스 공급 부족이었다. 보고서는 금속시장 조사기관 메탈스 포커스의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WPIC 분기 보고서
전망을 바꾼 가장 큰 요인은 투자 수요다. WPIC는 올해 투자 수요 전망을 기존보다 60만1000온스 낮췄고, 연간 기준 8만3000온스 순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요 전망은 708만9000온스로 낮아졌다.
2분기에도 공급 과잉이 나타났다. 백금 공급량은 190만6000온스, 수요량은 166만3000온스로 집계돼 공급이 수요를 24만4000온스 웃돌았다. 1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공급 과잉은 54만8000온스였다.
다만 하반기에는 수급 방향이 다시 바뀔 전망이다. WPIC는 하반기 백금 시장에서 28만3000온스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상반기 과잉 규모가 더 커 26만5000온스 공급 과잉이 남을 것으로 봤다.
상반기 수급을 흔든 것은 투자자금 이탈이었다. 2분기 투자 수요는 12만1000온스 순유출을 기록했고, 백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23만4000온스가 빠져나갔다. 바와 코인 수요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다.
올해 ETF 보유량은 약 12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 수요가 회복되면 하반기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연초 이후 이어진 ETF 유출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격 흐름도 투자 수요 약화를 반영했다. 백금 가격은 2026년 1월 말 온스당 2875달러까지 오른 뒤 상반기에 24% 하락했다. 연초 고점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46%에 달했다.
WPIC는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금리 인상 우려가 귀금속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면서 ETF 매도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가격 상승 이후 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줄이면서 수요 전망에도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수요 부문별로는 중국 주얼리 수요 둔화가 두드러졌다. 2026년 주얼리 수요는 높은 가격과 중국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내수 둔화가 백금 시장 수요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자동차 수요는 4%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산업용 수요는 5% 늘어 자동차 부문 감소분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요가 한 부문에만 의존하지 않는 구조인 만큼 투자 수요 회복 여부가 연간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공급은 재활용 물량이 이끌었다. 올해 전체 공급량은 735만3000온스로 지난해보다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광산 공급은 대체로 유지되는 가운데 재활용 공급은 8%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재활용 공급도 차량 촉매 회수 증가에 힘입어 9% 늘어난 46만6000온스를 기록했다. 광산 생산 확대보다 재활용 물량 증가가 올해 공급 확대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간 공급 과잉이 발생해도 시장의 기초 재고가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WPIC는 2025년 공급 부족 규모를 144만온스로 수정했고, 올해 공급 과잉 이후에도 연말 지상 재고가 세계 수요 기준 3.4개월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백금 시장은 상반기 투자 수요 이탈로 연간 수급 전망이 과잉으로 돌아섰지만, 하반기에는 공급 부족이 재개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투자 수요 회복 여부와 다음 분기 수급 전망 조정이 향후 시장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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