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과 할인 원유 공급 감소로 중국 독립 정유업체의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값싼 이란산·베네수엘라산 원유에 의존해 온 이른바 ‘티팟’ 정유사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원유를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 결과다.
에너지 애스펙츠 애널리스트 지아난 순(Jianan Sun)은 9일 공개된 분석에서 중국 독립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7월 초 배럴당 약 10달러에서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개별 정유사의 실적과 실제 감산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티팟 정유사는 주로 중국 산둥성에 집중된 독립 정유업체를 뜻한다. 대형 국영 정유사보다 원유 가격과 조달 조건에 민감하며, 제재 위험으로 할인 폭이 커진 원유를 주요 원료로 활용해 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4년 중국이 수입한 이란산 원유의 약 90%를 독립 정유사가 들여온 것으로 집계했다.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제재 집행 강도와 운송·금융 비용 변화가 티팟 정유사의 원가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월 중국 내 티팟 정유사가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정제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에 제재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 재무부는 위장회사와 중개업체, 선박 간 환적, 허위 서류 등이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에는 관련 거래에 대한 실사와 위험 통제를 강화하라는 안내가 내려졌다. 제재 대상 원유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금융·운송 비용이 늘어나면 할인 원유를 활용해 온 정유사의 가격 경쟁력도 약해질 수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8월 들어 전월보다 늘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감소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8월 원유 3793만t, 하루 평균 893만 배럴을 수입했으며 7월보다 6.2%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4% 줄었다.
정제유 수출과 내수 수요도 약해졌다. 중국의 1~8월 정제유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9.6% 감소했고, 8월 휘발유 수요는 8%, 경유 수요는 9% 줄었다.
원유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제유 판매와 수출 여건이 약해진 점은 독립 정유사의 마진 회복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원료 가격과 제품 판매 가격 사이의 차이가 줄면 정제량을 유지할수록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중국 전체 정유업계를 티팟 정유사와 같은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EIA는 2026년 2분기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하루 평균 810만 배럴로 전분기보다 32%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정유업체의 원유 처리량 감소 폭은 하루 220만 배럴로 수입 감소 폭보다 작았다. EIA는 수입과 처리량의 차이를 원유 재고 감소의 결과로 해석했다.
이는 중국 정유업체의 원유 수급이 수입량 변화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영 정유사와 독립 정유사의 원료 조달 구조, 재고 수준, 처리량을 함께 봐야 전체 정유시장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중국 독립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등으로 조달처를 넓힐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할인 원유 공급이 줄고 대체 원유 가격도 국제유가와 함께 오르면 조달처를 바꾸는 것만으로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본지는 앞서 중국 정유사의 이라크산 원유 조달 확대를 전한 바 있다. 이번 사안은 특정 원유의 확보 여부보다 할인 원유 공급, 국제유가, 미국의 제재 집행이 중국 독립 정유사의 원가와 가동률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중국 티팟 정유사의 상황을 판단할 때는 국제유가와 할인 원유 공급량, 미국의 제재 집행 강도, 산둥성 독립 정유사의 가동률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현재까지 실제 감산 규모와 개별 업체의 조달 전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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