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유사들이 할인된 이라크산 원유 매입을 늘리며 걸프 원유 조달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로 불안이 원유 가격보다 운임, 보험, 도착 일정에 먼저 반영되는 구조다.
오일프라이스(OilPrice)는 중국 정유사들이 이라크산 바스라 헤비와 바스라 미디엄을 추가 매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담긴 최근 구매 물량 800만 배럴은 공개 교차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아 기사 판단의 중심에는 두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라크 국영 원유판매사 SOMO가 8월 선적분 바스라 미디엄에 배럴당 25~27달러, 바스라 헤비에 27.80~29.80달러 할인폭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위험이 커지자 이라크가 구매자를 붙잡기 위해 가격 조건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라크 수출 회복도 같은 흐름에 있다. 이라크 석유부는 8월 초 이후 원유 수출이 하루 200만 배럴, 총 약 2600만 배럴에 달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도 함께 나왔다.
중국계 수요는 이라크산 원유에만 머물지 않았다. 산둥성 독립 정유사는 7월 선적분 이라크 바스라 헤비 200만 배럴을 매입했고, 중국 주요 정유·트레이딩 계열은 아부다비산 어퍼 자쿰 원유도 확보했다.
이 흐름은 걸프산 원유 공급이 불안해질수록 구매자가 가격 조건과 대체 물량을 동시에 따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중동산 원유를 사들이는 정유사는 단순히 배럴당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항로 안정성, 선박 확보, 보험료, 도착 지연 가능성을 함께 계산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지나는 핵심 병목으로 설명했다. 대체 수송 능력은 하루 350만~550만 배럴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외해를 잇는 중동 에너지 운송의 핵심 통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일부 우회로를 갖고 있지만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이란은 상당 물량을 호르무즈에 의존한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쪽 부담도 커졌다. 로이터는 아시아 정유사들이 사우디 얀부항에서 출발한 원유를 수에즈 운하와 아프리카 희망봉 쪽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통상 항로보다 최대 4주가 더 걸리고 운임과 연료비가 늘 수 있다.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이른바 ‘다크’ 운항 증가도 수급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 이동 물량과 도착 시점을 추정하기 어려워지면 정유사와 트레이더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게 된다.
유가도 항로 불안을 반영했다. 8월 17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88.7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35달러 수준이었다. 호르무즈 재개방 불확실성과 해상 공격 우려가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 시장에서 이 사안은 중국의 원유 매입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 중동산 에너지 수입과 해상 운임에 민감하고, 원유 가격은 물가와 금리 기대를 거쳐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위험자산 심리에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공개 자료에서 크립토 시장에 대한 직접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BTC 가격 방향을 단정할 재료라기보다 유가, 운임, 물가, 금리 기대를 함께 봐야 하는 위험자산의 배경 변수에 가깝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선박 공격 재발과 걸프 동맹의 불만 확대를 전했다. 이번 중국 정유사의 이라크산 매입 확대는 같은 불안이 실제 원유 조달 경로와 가격 조건으로 옮겨간 사례다.
원유 물류가 계속 흔들릴 경우 시장은 호르무즈 통항 상황, 홍해 우회 여부, 걸프 지역 유조선 운임을 함께 확인하게 된다. 현재 확인된 수치는 이라크의 8월 초 하루 200만 배럴 수출과 바스라 원유 할인폭, 8월 17일 기준 브렌트·WTI 가격이다.
검증에 사용한 주요 자료: OilPrice, IEA, Reuters/Moneycontrol, Dawn, Reuters/Investi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