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이 개입한 대출 사기 혐의가 연체 없는 정상여신 안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산업은행·IBK기업은행·하나은행에서 같은 거래처와 관련해 공시한 금융사고 금액은 702억508만원으로 집계됐다.
디지털투데이는 하나은행이 외부인 사기 혐의로 24억1738만원 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기간은 2023년 9월 18일부터 2026년 3월 20일까지이며, 해당 거래처는 현재 연체가 없는 정상여신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실제 사기 여부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공시된 사고금액도 최종 손실액을 뜻하지 않는다. 담보 회수와 채권보전조치 결과에 따라 실제 손실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건은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앞서 확인된 외부인 사기 혐의 금융사고와 같은 거래처 관련 사안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583억4799만원, IBK기업은행은 94억3971만원, 하나은행은 24억1738만원을 각각 공시했다. 본지는 앞서 하나은행이 24억1738만원 규모 외부인 사기 혐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연체나 부실 징후로 먼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쟁점이다. 하나은행은 사고 발견 경위를 타 금융기관의 금융사고 공시와 언론보도라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해당 거래처를 정상여신으로 관리하다 경찰의 압수수색 통지 등을 계기로 사기 혐의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여신은 대출 원리금 상환이 지연되지 않고 부실 징후가 뚜렷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관리되는 여신을 뜻한다. 대출이 제때 상환되면 은행의 사후관리 체계에서는 위험 신호가 늦게 잡힐 수 있다. 외부인이 허위 거래 구조나 서류를 이용한 경우 연체 중심 관리만으로는 조기 탐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관련 대출사고도 잇따랐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 등이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출사기 혐의로 35억7790만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외부인에 의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고를 확인하면서 기존 공시 사고금액을 각각 173억4355만원, 98억7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본지는 앞서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의 외부인 사기 혐의 금융사고 금액이 총 49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일부 은행은 기존 사고에 대한 자체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대상 금액이 추가로 파악되면서 공시 규모를 높였다.
은행들은 대출 심사 단계에서 계약서, 대금 납부 증빙, 소득·재무자료, 사업자 및 담보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현장실사도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취약담보를 새로 취득하기 위한 매매·분양 목적 대출의 경우 최저 전결권자를 심사역 이상으로 높이고 외부감정이나 본부 시세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 당사자들이 공모해 심사의 기초가 되는 서류부터 허위로 만들면 금융회사가 이를 판별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 분양계약서처럼 민간 사이에서 작성되는 문서는 공공기관 발급 서류와 달리 은행이 진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부인 대출사기는 금융제도의 허점을 악용한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이를 단순히 금융회사의 여신심사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사기 피의자에 대한 처벌도 크게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은행의 심사 강화만으로는 허위 서류와 공모 구조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계약서나 소득증빙 등 제출된 서류를 기초로 판단하는데, 거래 당사자들이 공모해 서류 자체를 허위로 작성할 경우 현행 절차만으로 진위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면 은행도 심사를 더 보수적으로 하고 추가 증빙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 결국 정상적인 차주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인 사기가 책무구조도상 임원 책임으로 바로 이어지는지도 별도 판단 사안이다. 금융사고 발생 사실만으로 담당 임원에게 곧바로 책임이 부과되는 구조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사고 경위, 장기간·반복성, 사전 위험 제기 여부, 담당 임원의 관리조치 등을 종합해 관리의무 위반 여부를 본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를 정리한 문서다. 외부인 사기 혐의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심사 절차와 민간 서류 검증 체계, 임원 관리책임 판단 기준이 함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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