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주요 프로젝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K.I.N.G(Korea Initiative Networking Ground)’ 미디어 세션이 9월 21일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BRIDGE34가 기획하고 토큰포스트(TokenPost), 블록미디어(Blockmedia), 불개미, We Crypto Together가 공동 제작했다. 0G Labs, Falcon, IOST, Credit x Space Coin, WOO & Orderly, Kite AI, Merlin Chain, Stable, Sui 등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들이 참여해 각자의 전략과 비전을 공유했다.
마이클 하인리히는 마이크로소프트·SAP Labs 엔지니어,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포트폴리오 설계팀을 거친 후, 스탠퍼드에서 경영과학 석사를 취득했다. Y콤비네이터 투자를 받은 웹2 유니콘 ‘Garten’을 창업·매각한 경험이 있는 연쇄창업자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제로그래비티를 통해 레이어1, 스토리지, 컴퓨트 전반을 아우르는 ‘AI 전용 블록체인 스택’을 구축 중이다. 토큰포스트는 하인리히 CEO를 만나 제로그래비티의 설립 배경, 기술 철학, 규제 대응, 그리고 한국 시장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AI를 공공재로 만들겠습니다.”
Q. 제로그래비티의 미션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신다면 무엇인가요?
A. 저희의 미션은 AI를 공공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의 AI는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소수 대기업이 독점하는 구조입니다. 제로그래비티는 그 반대의 접근을 택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그 기여도에 따라 소유권과 보상을 함께 갖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AI는 특정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무한 확장형 레이어1, 고성능 스토리지, 그리고 추론·파인튜닝·프리트레이닝이 가능한 컴퓨트 네트워크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되어야만 진정한 탈중앙화 AI 생태계가 작동합니다.
“탈중앙화 AI는 블랙박스를 넘어 ‘검증 가능성’을 표준화합니다.”
Q. 기존의 폐쇄형 AI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제로그래비티가 제공하는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현재의 AI는 완전히 불투명한 블랙박스 구조입니다. 사용자는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 어떤 연산이 수행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로그래비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PU의 신뢰 실행 환경(TEE)을 활용합니다. 특정 GPU가 어떤 모델을 실행하고 어떤 연산을 수행했는지를 하드웨어 레벨에서 검증할 수 있죠. 즉, AI의 행동을 체인 위에서 ‘증명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데이터의 출처와 변조 여부를 블록체인 원장과 해시를 통해 추적할 수 있습니다. AI의 연산, 데이터, 결과물이 모두 투명하게 검증되는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테스트넷에서 중앙화급 성능을 유지하며 비용을 95% 절감했습니다.”
Q. 실제 테스트넷에서는 어떤 성과를 확인하셨나요?
A. 테스트넷에서 수백 건의 AI 연산과 디앱을 구동했습니다. 그 결과 중앙화 클라우드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은 최대 95% 절감됐습니다.
현재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가 저희 인프라를 기반으로 개발 중입니다. 예를 들어 ‘AIverse’라는 AI 런치 플랫폼, 한국 팀이 주도하는 탈중앙화 연합학습 프로젝트, 개인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Dormant AI’, 그리고 사용자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Flashback Labs’ 같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생태계는 저희 인프라의 실제 사용성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기도 합니다.
“AI 전용 체인답게, 설계는 처음부터 ‘제1원칙’으로.”
Q.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 가용성과 처리량은 어떻게 확보하셨나요?
A. 기존 블록체인들의 기술적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그들은 금융 트랜잭션을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AI 수준의 대규모 데이터 연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AI를 위한 체인을 새로 설계했습니다. 합의 레이어 하나당 초당 약 50GB의 데이터 처리량을 목표로 하고, 여러 합의 레이어를 병렬로 운용하여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수평 확장을 구현했습니다.
결국 제로그래비티는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가?’라는 제1원칙에서 출발한 체인입니다.
“밸리데이터 보상은 수수료+스테이킹, 보안은 슬래싱으로 담보합니다.”
Q. 레이어1의 보안과 인센티브 구조는 어떻게 설계되어 있나요?
A. 밸리데이터는 트랜잭션 검증과 합의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네트워크 수수료와 스테이킹 보상을 받습니다. 이 구조는 참여자에게 명확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합니다.
또한 네트워크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슬래싱(slash)’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불법적 조작이나 악의적 검증 시도를 하면 스테이킹한 토큰이 몰수됩니다. 이런 설계 덕분에 시스템은 자율적으로 안정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가 함께 만드는 ‘전문가 모델’로, 최첨단을 뛰어넘겠습니다.”
Q. 모델 경쟁에서 제로그래비티가 확보한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A. 저희는 ‘전문가 모델’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특정 도메인의 전문가 커뮤니티가 직접 데이터를 기여하고, 이를 학습해 AI 모델을 발전시키는 구조입니다.
이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누구나 파인튜닝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독립적으로 진화합니다. 이 방식은 폐쇄형 모델, 예를 들어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같은 모델보다 더 빠른 개선 사이클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향후 AI가 사회적 인프라까지 운영하게 될 때를 대비해, AI 행동을 감독하고 교정하는 ‘AI 얼라인먼트 레이어’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AI 경찰’ 같은 존재죠.
“상장사 4억 달러 PIPE 유치… 프리 토큰 투자 첫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Q. 최근 기업 투자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거래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A. 최근 저희는 플로라(Flora, 향후 ‘제로스택’으로 리브랜딩 예정)와 4억 달러 규모 PIPE(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를 체결했습니다. 이는 상장사가 프리-DGT 토큰을 매입한 첫 사례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제로그래비티 랩스, Zero G 재단, ZeroStack 등 다층 구조의 법인을 설립하고, 케이맨·싱가포르·토론토 각국의 법률 자문을 모두 거쳐야 했습니다.
페이퍼컴퍼니 본사가 토론토에 있었기 때문에 캐나다 법률 검토도 병행했습니다. 현물 출자 방식, 이해관계자 간의 자산 이전, 주주계약서 작성, 지배구조 변경—all 이 모든 것이 한 치 오차 없이 동시에 진행돼야 했죠.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났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문제를 피해가면 전체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몇 달간 팀 전체가 24시간 매달렸습니다.
결국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 거래는 앞으로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제로그래비티의 핵심 시장입니다.”
Q. 한국 시장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A. 한국은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올해만 해도 매달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로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KBW(Korea Blockchain Week)와 역대 최대 규모의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3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 현지 개발팀과 검증자(validator)가 활동 중이며, 자체 해커톤도 개최했습니다.
삼성넥스트, 라이카벤처스, 나운스벤처스 같은 한국계 투자자들도 저희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현지 파트너, 미디어, 대기업들과의 장기적인 협력을 통해 AI를 공공재로 만드는 사명을 현실화할 계획입니다.
“AI가 현실 세계를 제어하는 시대, ‘진짜’와 ‘조작’을 가릴 원장이 필요합니다.”
Q. 데이터 신뢰성과 감사 체계는 어떻게 확보하고 계신가요?
A. AI가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데이터의 진위 여부가 곧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 됩니다. 제로그래비티는 체인에 기록된 해시값과 프로비넌스(provenance)를 통해 데이터의 생성·변조 이력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 원본 서명과 수정본의 해시는 명확히 달라집니다. 따라서 어떤 이미지나 영상이 조작됐는지를 기술적으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초지능형 AI가 자체 ‘진실’을 만들어내려 해도, 다수 합의 기반의 불변 원장이 진위를 판단하고, 필요할 경우 리소스 접근을 차단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hub.zerog.ai에서 누구나 참여하고, 보상도 받을 수 있습니다.”
Q. 일반 사용자는 제로그래비티 생태계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A. 저희 허브 플랫폼(hub.zerog.ai)에 접속하시면, 참여 가능한 디앱과 월렛, 브리지, 디파이 레이어 ‘제인(Jane)’ 등을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개발자와 빌더는 제로그래비티의 스토리지·컴퓨트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일반 사용자는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모델 학습에 참여해 토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INFT(지능형 NFT) 표준을 통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이를 거래하거나 수익화하는 경험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AI를 공공재로 만들겠다는 사명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제로그래비티의 향후 비전과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A. 저희는 ‘AI 인프라의 민주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커뮤니티가 직접 참여해 AI를 만들고 소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현지 파트너, 미디어, 그리고 대기업들과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가며, AI를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 전체의 자산으로 돌려주는 것이 제로그래비티의 궁극적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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