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년 초 그룹 전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신년 만찬을 열고, 본격적인 새해 경영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26년을 앞두고 사업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각 부문이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설 채비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만찬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진행되며,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대부분의 핵심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할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사장은 물론, 각 전자 및 금융 계열을 대표하는 경영진들이 모두 모이는 만큼, 사실상 신년 그룹 경영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 행사로 평가된다.
이번 신년 만찬은 오는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 직전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CES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청사진이 펼쳐지는 무대로, 행사에 앞서 각 부문별 전략을 정비하고 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이 회장이 사전 논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신년 사장단 만찬은 과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생일에 맞춰 진행되던 전통 행사였다. 2014년까지는 1월 초 만찬이 그룹 핵심 일정이었지만, 선대회장 와병 이후 몇 년간 중단됐다. 대신 소규모 간담회나 신임 임원 대상 만찬이 간헐적으로 열렸고, 이재용 회장이 회장직에 공식 오르면서 2023년부터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신년 만찬이 부활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과거 방식의 경영 결속을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반도체 경기 반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삼성이 다시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있는 점도 이번 회의의 배경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임원 세미나에서 “경영진부터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는데, 비슷한 발언이 이번 회의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는 이번 만찬에서 이 회장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과 시장 선도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회의를 마친 뒤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둘러보며 현장 경영에도 나설 계획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이달 말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별도의 추가 회의도 예정되어 있어, 주요 전략 사안들은 연초부터 연쇄적으로 정비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삼성의 주요 사업 재편과 미래 기술 투자 확대에 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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