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짜 적은 AI가 아니라 가짜 돈이다

| 토큰포스트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공포가 시대의 정서가 됐다. 정치인들은 AI 규제를 외치고, 노동계는 자동화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며, 언론은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를 연일 1면에 올린다. 그러나 미제스 연구소 (Mises Institute)의 조지 포드 스미스(George Ford Smith)는 전혀 다른 곳을 가리킨다. 진짜 위협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아니라 인공 신용(Artificial Credit)이라고.

이 경고는 불편하다. 그러나 역사는 그의 편이다.

숫자부터 보자.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십조 원이 든다. AI 데이터센터는 중소 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을 집어삼킨다. AI 전문가 상위 1%의 연봉은 연간 13억 원을 넘는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벤처 투자의 절반이 AI로 몰리고 있다. 1년 전 34%이던 것이 단숨에 50%로 뛰었다.

이 천문학적 자금의 출처를 묻는 목소리는 놀랍도록 적다. AI의 윤리와 안전과 규제에 대한 논의는 넘쳐나지만, 이 붐을 가능하게 만든 통화 환경에 대한 성찰은 거의 없다. 스미스는 바로 이 침묵을 문제 삼는다.

그는 AI를 경제학적으로 고차원 자본재로 정의한다. 소비자가 직접 쓰는 물건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생산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재를 만들어내는 도구다. 산업혁명의 방직기계가 그랬고, 20세기의 컴퓨터가 그랬다. 이런 자본재는 금리 신호에 극도로 민감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말했다. 생산이란 시간에 걸친 지식의 조율이며, 그 조율의 핵심 신호가 금리라고. 금리가 실제 저축과 수요를 반영할 때 기업은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한다. 금리가 왜곡될 때 기업은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투자를 수익성 있어 보인다는 착각 속에 밀어붙인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경고는 더 직접적이다. 신용 팽창으로 금리가 인위적으로 낮아지면, 이전에는 수익성이 없어 보였던 프로젝트들이 수익성 있어 보이게 된다. 신용 팽창은 반드시 잘못된 투자를 낳는다. AI 투자는 긴 시간 지평, 불확실한 수요, 막대한 선행 자본이라는 세 조건을 모두 갖춘, 이 왜곡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다.

현재의 AI 붐은 전례 없는 통화 팽창의 시대 직후에 펼쳐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2020년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유지하며 달러를 물 쏟듯 공급했다. 2022년부터 긴축으로 전환했지만 Fed의 자산 규모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59% 높다. 스미스는 이 값싼 돈이 AI 붐의 진짜 연료라고 진단한다.

낯익은 경고음이 이미 울리고 있다. 현재 수익이 아닌 미래 기대치만으로 정당화되는 밸류에이션. 수요가 검증되기도 전에 앞서 달리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 AI 성장 전망만을 근거로 결정되는 에너지 투자. 이 신호들은 낯설지 않다. 19세기 철도 붐, 1920년대 주식 광풍, 1990년대 닷컴 버블, 2008년 이전 부동산 거품. 기술 자체는 매번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위에 쌓인 투기적 자본 구조는 예외 없이 무너졌고, 피해는 언제나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미국 가계가 잃은 순자산은 16조 2,000억 달러였다. 로봇이 한 일이 아니었다. 인위적으로 낮춰진 금리가 부풀린 거품이 터진 결과였다. 자동화는 적응할 시간을 준다. 금융 붕괴는 주지 않는다.

거품이 꺼질 때마다 분노는 시장을 향하고 기술을 향한다. 그러나 방아쇠는 훨씬 위에서 당겨진다. 선출되지도 않은 중앙은행 관료들이 금리를 설정하고, 기업들이 그 신호를 따라 투자를 결정하며, 그 투자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날 때 피해는 가장 아래에서 집중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분노를 엉뚱한 곳을 향해 쏟아낸다. 정작 책임져야 할 자들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응답은 무엇인가. 스미스는 통화 경쟁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리고 여기서 금과 비트코인이 등장한다.

역사적으로 금본위제는 신용 팽창에 자연스러운 제동을 걸었다. 은행이 무한정 신용을 창출하려 할 때 금태환 요구가 이를 억제했다. 금리는 실제 저축을 반영했고 투자 규율은 지금보다 강했다. 어떤 정치인도 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천 년의 트랙레코드를 가진 이 실물 자산은 그래서 지금도 유효하다.

비트코인은 이 문제에 대한 디지털 시대의 응답이다. 총 발행량은 2,100만 개로 영구히 고정돼 있다. 어떤 중앙은행도, 어떤 정치인도 비트코인을 더 찍어낼 수 없다. 약 4년마다 신규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구조 덕분에 현재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0.9% 수준으로 금보다도 낮다. 2009년 탄생 이후 단 한 번도 발행 규칙이 바뀐 적 없다.

비트코인에는 금에 없는 리스크도 있다. 역사가 17년에 불과하고 변동성은 금의 네 배에 달한다. 금의 수천 년 검증과 비트코인의 17년 검증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자산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공급이 정치적으로 통제되는 돈은 반드시 왜곡을 낳는다. 아무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는 돈이어야 한다는 것.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 그 잠재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기술이 지금 건강한 토양 위에서 자라고 있느냐는 것이다. 10년 넘게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된 금리가 만들어낸 신용의 바다 위에 세워진 AI 붐은, 통화 여건이 정상화되는 순간 어떤 모습이 될까. 그 답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목격했다.

AI를 두려워하기 전에, AI 붐에 연료를 공급한 돈이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을 회피하는 한, 역사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이번에도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치를 것이다.

인공 신용에 맞서는 가장 오래된 도구와 가장 새로운 도구가 지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금과 비트코인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