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맥스 ③] 남은 것은 거래정지와 주주 손실—그리고 이 구조는 반복될 수 있다

| 토큰포스트

살 때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공시했고, 팔 때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토큰포스트 분석 팀이 비트맥스 1,400억 거래 구조를 공시와 온체인 데이터로 추적했다. [편집주]

2025년 6월, 비트맥스 주가는 7,000원대를 넘었다. 불과 반년 전 1,000원대를 맴돌던 주가였다. 비트코인 양수도 공시가 나올 때마다 주가는 반응했고, 언론은 "국내 상장사 비트코인 보유량 1위"를 앞다퉈 보도했다. DAT 전략이 국내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거래가 멈췄다.

비트맥스 타임라인 / Gemini nano banana

타임라인: 고점에서 거래정지까지

2025년 6월 4일,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을 이유로 비트맥스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같은 달 24일 주가는 7,120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이 시기 비트맥스 거래량은 크게 늘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 조정과 함께 주가도 꺾이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15일부터 2월 5일 사이, 비트맥스 추정 지갑에서 550여 개의 비트코인이 해외 거래소로 전송된 정황이 온체인 데이터에서 확인됐다.

2026년 2월 23일,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률 50% 이상이 2회 연속 발생한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다음 날 주가는 장중 1,005원까지 밀렸다. 3월 9일에는 4대 1 무상감자가 공시됐다. 3월 16일 오후 5시 31분, 관리종목 지정 사유 발생을 근거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정지 당일 주가는 1,035원이었다. 4대 1 무상감자까지 반영하면 주가 하락과 지분 축소가 같은 시기에 겹쳤다.

'감사 적정'이 덮지 못한 것들

거래정지 이후인 3월 17일, 비트맥스는 지난해 회계연도 외부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지난해 발생한 손실은 현금 유출이 수반되지 않는 회계상 평가손실"이라며 "사업 경쟁력이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CB 이자율을 0%로 조정해 연간 약 30억 원의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확보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감사의견 '적정'은 재무제표가 회계 기준에 따라 작성됐다는 의미다. 기업의 사업 경쟁력이나 투자 가치를 보증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회사 스스로도 관리종목 지정 사유 해소에 대해 "연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표현에 그쳤다.

CB 이자율 0% 조정도 마찬가지다. CB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의 핵심은 이자가 아니라 전환가액과 주가 사이의 차익 구조에 있다. 연간 30억 원의 현금흐름 개선 효과는 1,400억 원 규모 CB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 규모와 함께 읽혀야 한다.

한편 2024년 12월 연결 기준 비트맥스의 자산총계는 285억 원, 부채총계는 143억 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72억 원이었으나 영업손실 185억 원, 당기순손실 270억 원을 기록했다.

반복되는 구조, 시장의 시각

김병진 회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경남제약, 라이브플랙스, 클라우드에어 등을 인수하고 매각해 차익을 거둔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각 사례의 세부 사실관계는 다르며, 특정 흐름이 위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상장사 인수 이후 테마 부각과 주가 상승,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이번 비트맥스 사례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실패, 세 가지 공백

비트맥스 사태가 드러낸 제도적 공백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상자산 매도 및 이전 공시 의무의 부재다. 법인이 가상자산을 매수할 때와 달리, 매도 또는 이전에 대한 공시 의무는 현재 없다. 비트맥스가 코인을 살 때마다 자발적으로 공시한 것은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코인이 이동하는 시점에는 아무런 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 매입 정보는 공개되고 이동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 비대칭 구조가 이번 사태의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된다.

둘째, CB 발행과 최대주주 거래의 연결 고리에 대한 규율이 미흡하다. 비트맥스는 CB로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최대주주 개인 보유 자산을 매입했다. 이 구조는 현행법상 공시 의무를 이행하면 허용된다. 그러나 CB 투자자와 최대주주, 그리고 일반 주주 사이의 정보 불균형과 이해관계 구조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시장에서 제기된다.

셋째, 온체인 데이터와 공시 제도의 간극이다. 블록체인 기반 자산은 기업의 공시 여부와 무관하게 온체인에 흔적을 남긴다. 이번 사태에서 비트맥스 추정 지갑의 이상 신호를 먼저 포착한 것은 규제 당국이 아니라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한 언론이었다. 공시 제도가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한, 투자자는 공식 공시보다 온체인 탐색기에 먼저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 구조, 다시 작동할 수 있나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거래 허용의 문이 넓어질수록 유사한 구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거래 허용 범위 확대와 공시 의무 정비, 최대주주 거래 규율, 온체인 모니터링 체계는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비트맥스 사태는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상장사 활용 구조가 현행 제도 안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경고종목 지정이라는 사후 조치가 있었지만, 거래정지 이후 주주들이 감수해야 했던 손실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를 기억한다. 공시 제도가 그 기억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다.


[비트맥스 ①] CB와 코인 양수, 누가 현금화를 했나


본 기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관련 언론 보도, 공개된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관련 당사자들의 혐의는 현재 사법적 판단이 진행 중이거나 미확정 상태입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