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을 먼저 나열해보자.
베라체인(Berachain)은 2025년 초 메인넷 출시 직후 TVL 33억 달러를 찍었다. 지금은 1억8000만 달러다. 95% 이상 증발했고, 핵심 개발자들은 떠났으며, 24시간 온체인 수익은 84달러를 기록했다. Blast는 에어드롭 직전 22억 달러에서 현재 6500만 달러로 97% 빠졌다. ZKsync는 2024년 한 해에만 TVL이 41% 감소했고, 일일 활성 사용자는 90% 이상 줄었다. Linea의 일일 활성 주소는 2024년 7월 75만 개 정점에서 2025년 말 5만6000개로 쪼그라들었다. Starknet 역시 에어드롭 종료 후 일일 활성 주소가 80% 급감했다.
TVL (Total Value Locked, 총 예치 자산)
디파이(DeFi) 프로토콜에 예치된 암호화폐 자산의 총 달러 환산 가치. 은행 예금 잔액과 유사한 개념으로, 특정 플랫폼의 규모를 나타내는 대표 지표로 쓰인다. 다만 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제 인출 없이도 수치가 오르내리며, 에어드롭 기대 심리로 인위적으로 부풀려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 프로젝트들은 나쁜 기술을 가졌던 게 아니다. 나쁜 사용자들을 유치했다. 정확히는 '사용자'가 아니었다. 에어드롭 파머들이었다. 보상을 위해 온 사람들은 보상이 사라지는 날 함께 사라진다. 한 크립토 애널리스트는 베라체인에 대해 이렇게 썼다. "테스트넷 때는 그렇게 활기찼는데, 파워 유저들은 모두 다음 에어드롭을 파밍하러 떠났다." 이것은 베라체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시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프로젝트들이 있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2025년 외부 투자 없이, 대형 에어드롭 이벤트 없이 연간 수익 8억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DEX 무기한 선물 시장의 70%를 점유했고, 신규 사용자 60만 명이 유입됐다. Uniswap v4는 출시 177일 만에 TVL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5년 누적 거래 수수료가 사상 처음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 전체 수수료를 넘어섰다. Aave는 2025년 연간 수익 1억4000만 달러를 거뒀고, 총 대출 실행액이 1조 달러를 넘겼다. Polymarket은 일일 사용자 13만 명에 누적 거래량 26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 숫자들 뒤에는 공통점이 있다. 에어드롭 파밍 없이 실제 거래와 대출, 예측 수요를 위해 접속한 사람들이다.
TVL은 자본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준다. 왜 거기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지갑 수는 시빌 주소를 거르지 못하고, 트랜잭션 건수는 봇과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2026년 2분기 현재 DeFi 총 TVL은 940억 달러 수준이지만, 그 안에서 순수 파밍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하는 지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가 스스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빌 주소 (Sybil Address)
한 사람 또는 단체가 에어드롭 수령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성한 다수의 가짜 지갑 주소. 지갑 수나 활성 주소 수 같은 지표를 부풀려 실제 사용자 규모를 왜곡한다.
전통 금융에는 '점착성 고객 기반'이라는 개념이 있다. 프로모션이 끝나도 남고, 금리가 낮아져도 이탈하지 않으며, 경쟁사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도 계좌를 유지하는 고객들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숫자를 분기 실적보다 먼저 들여다봤다. 이것이 나쁘면 다른 숫자를 믿지 않았다. 크립토에는 이 개념에 대응하는 지표가 없다. 측정하지 않는 것을 관리할 수는 없다.
케빈 켈리는 2008년 이렇게 썼다. 수백만의 구경꾼보다 제품을 진심으로 믿는 1000명이 있으면 충분하다. 실제 문제를 해결받은 사람들, 보상이 없어도 돌아오는 사람들. 업계는 이 논리를 18년째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TVL을 키울 방법을, 지갑 수를 늘릴 방법을, 트랜잭션을 부풀릴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다.
베라체인과 하이퍼리퀴드의 차이, Blast와 Uniswap의 차이는 기술력이나 자금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를 위해 제품을 만들었느냐, 그 사람들이 인센티브 없이도 남아 있느냐의 문제였다. TVL 순위표는 다음 에어드롭 이벤트마다 바뀐다. 보상 없이 남아 있는 사용자의 수는 그보다 훨씬 느리게 변한다. 바로 그것이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그것을 아직도 측정하지 않는 것이 이 산업이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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