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까… 머스크의 장밋빛 약속, 믿어도 될까

| 권성민

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세상을 향해 큰 그림을 그렸다.

"AI와 로봇이 대규모 실업을 낳을 것이다. 그러니 연방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고액의 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 걱정 마라, 인플레이션은 없다. AI가 만들어낼 풍요가 돈의 증가를 훨씬 앞설 테니까."

요약하면 이렇다.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는 대신 엄청난 부를 만들고, 정부는 그 부를 나눠주면 된다는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 주장을 조금만 뜯어보면 안에서 서로 부딪히는 논리들이 보인다.

"인플레 없다"는 주장, 숫자가 버텨주지 않는다

머스크 말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경제 성장이 통화량 증가를 앞질러야 한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평균 통화량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최소 연 6%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 건전한 수준까지 담보하려면 9~10%는 돼야 한다.

미국이 그런 성장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때는 1880년대다. 철강·내연기관·전기·전신이 한꺼번에 세상을 바꾸던 시절이다. 그때 미국에는 연방 규제기관이 없었고, 복지 지출도 소득세도 없었다. 금본위제 아래 달러 가치는 매년 올랐다. 기술 혁신이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그만한 경제적 자유가 받쳐줘야 했다.

비교 대상이 있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흥분이 있었다. '디지털 혁명이 전례 없는 생산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넘쳐났다. 그 뒤 30년의 성적표는 실망스러웠다. 정부 부채 팽창, 규제 증가, 소송 남발이 혁신의 과실을 잠식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준다.

10년 전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산업이 블록체인으로 바뀐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결국 블록체인은 쓸모 있는 몇 가지 용도 안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AI 역시 강력한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그 영향력이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10% 성장이 가능하다면, 대량 실업은 왜 생기나

머스크 주장에는 눈에 띄는 모순이 하나 있다.

AI가 10%에 육박하는 성장을 이끈다고 치자. 그 엄청난 번영의 물결 속에서 새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이상하다. 역사를 보면 농업 노동자는 공장으로, 공장 노동자는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다. 기술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할수록, 판단력·창의력·대인 관계처럼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에서 인간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대규모 장기 실업이 생기는 것은 보통 기술 탓이 아니다. 노동시장이 새로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와 제도 때문이다. 시장이 자유롭게 작동한다면 사라진 일자리 옆에 새 일자리가 생긴다. 이것이 경제학이 200년 넘게 축적해온 답이다.

2조 달러짜리 역설

숫자로 들어가면 더 선명해진다.

현재 미국 노동인구는 약 1억 7,000만 명이다. 이 중 AI로 2,0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각각 연간 1억 원(약 10만 달러)씩 받는다고 하면 연간 지출은 2조 달러다. 공교롭게도 머스크 자신이 '도지(DOGE)' 프로젝트를 통해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던 연방 예산 규모와 똑같다.

이 돈을 통화 발행으로 조달하면 M2는 연간 9% 안팎 늘어난다. 이를 인플레이션 없이 흡수하려면 머스크가 약속한 10% 이상의 성장이 실제로 이뤄져야 한다. 결국 '성장이 충분히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주장을 '인플레이션이 없으려면 성장이 충분히 커야 한다'는 전제로 받쳐주는 순환 논리다.

코로나19 시기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재난지원금은 노동시장 복귀를 늦추고, 보조금 수령 사기를 양산하고, 결국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한시적 지원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면, 이를 영구 제도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하려는 동기가 사라진다는 데 있다. 정부가 넉넉한 소득을 보장해준다면, 구직 시장에서 임금 신호는 의미를 잃는다. 노동력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맞게 이동하지 않고, 결국 머스크가 전제한 경제 성장의 토대 자체가 흔들린다.

기술은 필요조건, 충분조건이 아니다

AI가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분명 과거와 다르다. 그러나 기술의 잠재력이 실제 번영으로 이어지려면 그것을 받아줄 환경이 필요하다. 재정 건전성, 유연한 노동시장, 기업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규제 환경이 함께 있어야 한다.

머스크의 문제의식은 옳다. AI가 몰고 올 산업 구조 변화에 사회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그 답이 정부 재정에 기댄 대규모 소득 이전이라면, 그 처방이 병보다 더 나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머스크 자신이 즐겨 인용하는 원칙이 있다. "어떤 정부 프로그램이든 이름이 약속하는 것의 정반대가 된다." 보편적 '고소득' 지원도, 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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