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격동의 시대,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 권성민

지금 세계가 1960년대 이래 가장 큰 격동기에 진입했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절제된 표현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란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낙관적 발언과 달리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 철수를 강행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국제 유가는 다시 치솟고 있고, 미국 소비자물가는 가파르게 상승세로 돌아섰다. 소비심리는 급랭했으며, 국가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글로벌 공급망 곳곳에서는 균열음이 들린다.

그런데도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 코스피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에 힘입어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례 없는 혼돈 속에서 글로벌 증시는 어떻게 이런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 투자자는 이 시기를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가.

■ AI 광풍과 '곡괭이·삽' 거래

가장 분명한 동력은 단연 AI다. 두 갈래로 작동한다. 첫째,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다. 둘째, 첨단 반도체로 무장한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약 1조 달러 규모의 자본 투자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오픈AI·앤트로픽이 일제히 서버팜 증설에 나섰다.

여기에 이른바 '곡괭이와 삽(picks-and-shovels)' 거래가 가세한다. 19세기 골드러시 시절 진짜로 부를 일군 사람은 금광을 캐던 광부가 아니라, 그 광부들에게 곡괭이·삽·작업복·식량을 팔던 상인들이었다는 발상이다. AI 골드러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력 회사, 건설사, 반도체·서버 등 하드웨어 제조사,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소도시들이 실속 있는 승자가 되고 있다.

한국 증시 입장에서 보면 이 '곡괭이·삽' 거래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코스피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D램이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한국 시장은 미국 AI 자본 지출 사이클을 정면으로 흡수하는 구조가 됐다. 한미반도체·HPSP·이오테크닉스 같은 반도체 장비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 같은 에너지·전력 인프라주, 그리고 LIG넥스원 등 방산주까지 함께 'AI·전력·안보' 테마로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빅테크의 AI 자본 지출 사이클이 흔들리는 순간, 코스피는 미국 증시보다 더 가파르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노출돼 있다.

■ 패시브 투자라는 '자기 강화 피드백 루프'

미국 증시 강세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축은 패시브(passive) 투자다. 미국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401(k)·개인은퇴계좌(IRA), 그리고 자산운용사 일임 계좌에 묶여 있다. 한국으로 치면 퇴직연금·개인연금에 해당하는 자금이다.

자금이 인덱스 펀드로 들어오면 운용 매니저는 해당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을 기계적으로 매수한다. 그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오른 주가는 다시 자금을 끌어들이며, 더 큰 매수가 더 큰 상승을 만드는 양(陽)의 피드백 루프가 작동한다. 박사학위 따위가 필요 없는 게임이다. 지수를 사두고 가만히 앉아 상승 곡선을 즐기면 그만이다.

한국에서도 이 흐름은 거의 동일하게 재현된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이 본격적으로 ETF·TDF(타겟데이트펀드)로 유입되고 있고, 개인연금 IRP 계좌에서도 미국 S&P500·나스닥100 ETF가 가장 선호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연금 역시 해외주식 비중을 꾸준히 늘려 왔다. 한국의 연금·기관 자금이 사실상 미국 패시브 시장의 일부로 편입된 구조다.

■ FOMO와 TINA, 그리고 '서학개미'

패시브 자금의 피드백 루프와 맞물려 작동하는 두 가지 심리 요인이 있다.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Fear Of Missing Out·FOMO)'과 '달리 대안이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TINA)'다.

모임에서 모두가 주식 수익을 자랑하는데 자신만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은 상황은 견디기 어렵다. 주식이 앞으로도 연 10% 수익률을 안겨줄 듯 보이는데, 연 4%짜리 단기 채권이나 금에 자금을 묶어두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국내 시장에서 미국 주식 직접 투자, 이른바 '서학개미' 현상의 폭발적 증가는 이 두 심리의 한국식 변형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상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 잔액은 이미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그중 90% 이상이 미국 주식에 집중돼 있다. 매수 종목 상위권은 매그니피센트7과 레버리지 ETF, 테슬라·엔비디아 관련 3배 ETF 등으로 사실상 'AI 광풍에 레버리지를 더한 베팅'이 한국 가계의 자산 배분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 구조에 환율 리스크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위기가 본격화돼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원·달러 환율은 급등할 수 있지만, 그때는 이미 보유 중인 미국 주식 자체가 크게 하락한 뒤일 가능성이 높다. 환율 방어와 주가 하락이 서로 상쇄되지 않고, 시점이 어긋난 채 손실이 누적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모든 것이 신기루는 아니다. 실질적인 펀더멘털도 작동하고 있다. 일부 대형주의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 이익은 견조하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HBM 매출 본격화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글로벌 격동 속에서도 미국과 한국 증시가 강세를 유지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

■ 시장이 외면하는 리스크: 호르무즈와 공급망

가장 큰 위협은 시장이 이란 사태의 충격, 그리고 원유·액화천연가스(LNG)·비료용 질산염·헬륨·황·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 공급 차질의 영향을 아직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쟁 발발 직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막대한 원유 물량은 이미 선박에 실려 운항 중이었다. 이 '떠다니는 공급망(floating supply chain)'이 최종 수요처까지 인도되기까지 수 주가 걸렸다. 이제 그 과정은 거의 끝났다. 마지막 인도분이 도착했고, 그 뒤를 잇는 신규 물량은 사실상 없다.

이 시나리오는 한국 경제에 정면으로 직격탄이 된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그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LNG 역시 카타르 의존도가 높다. 비축유는 길어야 한 달 정도 더 버틸 수준이라는 미국 분석은 한국·일본·대만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설령 내일 당장 해협이 재개통된다 해도, 현재의 공급 부족은 가격을 끌어올리고, 공급망을 교란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번질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에너지·운송 비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화학·정유·항공·해운 업종의 실적 타격이 동시에 닥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한국 증시 역시 "곧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미국발 낙관론을 그대로 수입해 가격에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 — 그리고 메모리 사이클의 두 얼굴

언젠가 시장은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AI가 아직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1조 달러의 자본을 빨아들이며 무한한 부(富)를 약속하지만, 그 부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AI는 분명히 강력한 기술이고, 사라질 기술도 아니다. 그러나 강력하다는 것과 '돈이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AI가 기대만큼 생산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른바 '슬롭(slop)'으로 불리는 AI의 출력 오류는 AI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인터넷에 빠르게 누적되며 차세대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셋으로 다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학습 데이터에 슬롭이 늘어날수록 차세대 AI의 출력은 이전 세대보다 더 불안정해진다.

만약 AI 자본 지출 사이클이 둔화되거나 버블이 꺼진다면 — 필자는 그럴 것으로 본다 — 그 충격은 매그니피센트7(M7) 종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는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본질적으로 미국 빅테크의 자본 지출 결정에 후행하기 때문이다. HBM 발주가 줄어드는 순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은 빠르게 하향 조정될 수 있고, 코스피 지수는 사실상 두 종목의 시총 변동에 그대로 연동된다. 미국 AI 버블은 한국 코스피의 시스템 리스크다.

■ 사모대출(Private Credit), 탄광 속 카나리아

시장 붕괴를 촉발할 또 다른 뇌관은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의 위기다.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KKR·모건스탠리 등 최상위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들이 잇따라 투자자 환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자산 매각의 어려움이다. 펀드 매니저가 자산을 빠르게 처분하려 해도, 장부가의 절반 이하 수준까지 가격을 깎지 않는 한 매수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모대출 옹호 진영은 이 시장 규모가 약 4조 달러에 불과해, 손상 처리 비율이 20%에 달해도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계산은 레버리지의 영향과 전염(contagion)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 사모대출에서 발생한 손실은 미국 중소형 은행에 대한 뱅크런으로 번질 수 있고, 그 충격은 다시 해당 은행 주식을 보유한 펀드와 ETF로 전이될 수 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보여줬듯, 이 연쇄 반응은 결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 무관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한국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글로벌 사모대출·부동산 펀드에 상당한 익스포저를 갖고 있다.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의 충격은 시차를 두고 국내 연기금·보험사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친다.

■ 패시브 투자의 어두운 이면

그러나 미국 증시의 가장 큰 위협은 어쩌면 패시브 투자의 압도적 지배력 그 자체일지 모른다. 주가를 위로 밀어 올리는 매수 메커니즘은 거꾸로도 작동한다.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은 인덱스 펀드를 환매한다. 펀드 매니저는 환매에 맞춰 편입 종목을 매도해야 하고, 그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린다. 떨어지는 지수는 추가 환매를 부르고, 다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구조는 한국에서 더 위험하게 작동할 수 있다. 코스피는 외국인 자금 비중이 30%를 넘는 시장이다. 미국에서 패시브 자금 환매가 시작되면, 글로벌 위험자산 비중 축소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매도되는 자산이 바로 한국·대만 등 신흥국 주식이다. 외국인이 코스피를 팔면 원·달러 환율이 함께 흔들리고, 환율이 흔들리면 외국인 매도가 다시 가속되는 또 다른 피드백 루프가 작동한다. 패시브 투자는 시장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지만, 떨어질 때는 한국 같은 신흥국 시장을 놀랍도록 빠르고 폭력적인 속도로 끌어내릴 수 있다.

■ 결론: 분산투자와 적립식(DCA), 이 두 가지가 친구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글로벌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나리오는 분명히 실재한다. 그러나 하방 리스크도 똑같이 실재한다. 한쪽에 베팅하는 대신, '시간'과 '자산군'을 동시에 분산하는 두 개의 축을 세워야 한다.

첫째, 자산군 분산이다. 주식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되, 동시에 현금·금·중기 미국 국채를 함께 보유해야 한다. 금은 전쟁·인플레이션·통화 불신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위기에 대응하는 '만능 헤지(everything hedge)' 자산이다.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의 대표격으로,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오히려 강한 랠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금은 다른 모두가 주식을 던질 때 비로소 '바겐 헌팅(bargain hunting)'에 나설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

한국 투자자라면 여기에 한 가지 축을 더 고려해야 한다. 바로 '미국 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코스피가 사실상 미국 AI 사이클의 베타(beta)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만 보유하는 것은 '같은 위험을 두 번 사는 것'에 가깝다. 국내 배당주, 한국 국채, 원자재·금 ETF, 그리고 일본·유럽 등 비미국 선진국 자산을 일정 비중 함께 가져가는 것이 환율·국가·산업 리스크를 동시에 분산하는 방법이다.

가상자산 시장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digital gold)의 헤지 자산 성격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 또한 이 분산 프레임 안에서 함께 검토할 수 있다. 금·국채·비트코인을 같은 헤지 바스켓 안에 묶어 보유하는 전략은, 통화 가치 하락과 시스템 리스크에 동시 대응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특히 한국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은 원화·코스피와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분산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둘째, 시간 분산, 즉 적립식 투자(DCA·Dollar-Cost Averaging)다. 지금처럼 미국 증시와 코스피가 모두 사상 최고가 부근에 있고, 동시에 호르무즈·사모대출·AI 버블이라는 거대한 꼬리 리스크가 함께 도사리는 국면일수록, '한 번에 큰 금액을 진입하는 결정'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된다. 최고점에서 일시에 매수했을 때의 손실 충격은, 사람의 손실 회피 심리상 가장 견디기 어려운 형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DCA는 이런 환경에서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제공한다. 하나는, 매수 단가가 자연스럽게 평균화되면서 고점 진입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시장이 흔들려 가격이 내려가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매수하게 되므로 장기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진다. 다른 하나는, '지금 사야 하나, 더 기다려야 하나'라는 시점 선택의 부담에서 투자자를 해방시킨다는 점이다. 정해진 주기에 정해진 금액을 기계적으로 집행하기 때문에 FOMO와 패닉이라는 감정적 의사결정을 차단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안은 단순할수록 좋다. 미국 S&P500·나스닥100 ETF와 코스피200 ETF에 월 단위로 일정 금액을 분산 적립하고, 금·비트코인에 대해서도 별도의 적립 주기를 설정하며, 현금·중기 국채는 위기 국면에 즉시 동원할 수 있는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로 별도 관리하는 식이다.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 한국 투자자라면, 원화 기반의 국내 자산 적립과 달러 기반의 해외 자산 적립을 적절히 병행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다시 강조한다. TINA와 FOMO는 결코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자산을 나누는 '분산'과, 시간을 나누는 '적립식(DCA)' — 격동의 시대에 한국 투자자가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이 둘뿐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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