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체인(VET)이 2026년 1분기 들어 실사용 중심 확장과 규제 대응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며 존재감을 키웠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Eric Manoukia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체인 생태계가 VeBetter 확장, 디지털 제품 여권(DPP) 인프라 가동, AI 에이전트 전략 구체화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기업형 블록체인과 소비자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기 핵심은 비체인소르(VeChainThor)가 단순한 레이어1 경쟁을 넘어 ‘증명 가능한 실물 데이터’와 ‘지속가능성 보상 구조’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비체인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비교적 선명하다. 기업에는 규제 준수와 추적 가능한 공급망 도구를, 일반 사용자에게는 보상형 앱 생태계를, 향후에는 AI 에이전트에게 신뢰 가능한 거래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메사리 리서치에 따르면 VeBetter는 1분기 말 기준 50개 이상의 라이브 애플리케이션, 550만 개 지갑, 4,800만 건의 검증된 온체인 액션을 기록했다. 특히 Mugshot과 GreenCart는 각각 200만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하며 비체인 진영의 첫 ‘컨슈머급 슈퍼앱’으로 자리 잡았다. Mugshot은 다회용 컵 사용을 인증해 보상하고, GreenCart는 장보기 영수증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소비 행동을 검증하는 구조다. 이는 블록체인이 금융 투기 외 영역에서도 반복 사용 가능한 유틸리티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비체인의 방향성은 1분기 중 공개된 VeBetter 백서 2.0에서 한층 분명해졌다. 이 문서는 B3TR을 인간 이용자와 AI 에이전트 간 경제활동을 연결하는 조정 계층으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AI 에이전트가 향후 직접 보상을 받고, 스마트컨트랙트와 상호작용하며, 지속가능성 관련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둔 설계다. 시장 일각에서 ‘AI 에이전트’가 과도한 서사로 소비되는 것과 달리, 비체인은 이를 지갑, 보상, 위임, 검증 인프라와 접목하려는 실무형 접근을 택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은 기업 채택 부문에서도 확인된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Eric Manoukian은 비체인, Rekord, 셰필드대학교 첨단제조연구센터(AMRC)가 2026년 1월 15일 유럽연합(EU) 시장을 겨냥한 프로덕션급 디지털 제품 여권 인프라를 출범시켰다고 짚었다. 이 시스템은 제조 운영 데이터를 비체인소르에 앵커링하고, 제품 식별 정보를 QR코드·NFC·RFID 등으로 연결해 규제기관과 소비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분기 말까지 30만건 이상의 DPP 이벤트가 온체인에서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배치는 의미가 작지 않다. EU는 2027년부터 의무 DPP 제도를 본격 도입할 예정인데, 비체인은 이를 겨냥한 실전 인프라를 이미 가동하면서 다수 퍼블릭 체인보다 한발 앞선 위치를 점했다. 특히 AMRC가 보잉과 롤스로이스 등 산업 파트너와 연결된 기관이라는 점은 상징성을 넘어 실무 신뢰도를 높이는 대목이다. 블록체인 업계가 ‘현실 연계’를 강조해 온 시간은 길었지만, 규제 일정과 산업 파트너, 작동 중인 배포 사례를 동시에 제시하는 프로젝트는 드물다.
직장 안전 분야에서도 비체인의 활용 범위는 확장됐다. 비체인은 2월 Decent Hand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전 점검, 장비 검사, 시설 라운드, 감사 보고를 체인에 기록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종이 문서나 폐쇄형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던 기록을 변경 불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현장 작업자는 토큰이나 가스를 직접 다루지 않아도 되며, 블록체인 계층은 보이지 않는 백엔드에서 작동한다. ‘화려함’보다 ‘책임 추적성’이 중요한 산업 현장에서 블록체인의 실용성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적 기반도 재정비됐다. 비체인소르는 2025년 12월 Hayabusa 업그레이드를 통해 위임지분증명(DPoS) 체제로 전환했고, 이 변화는 2026년 1분기 전체에 걸쳐 본격 반영됐다. 핵심은 VTHO 생성 구조 변경이다. 과거에는 모든 VET 보유분이 가스 토큰 생성에 기여했지만, 현재는 스테이킹된 VET만 VTHO를 생성한다. 이에 따라 가스 토큰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스테이킹 유인이 강화됐다. 실제로 StarGate에 예치된 총 VET는 전분기 대비 38.4% 증가한 135억 VET를 기록했다.
3월 31일에는 비체인소르 v2.4.3 업그레이드도 적용됐다. 이번 업데이트는 네트워크 견고성, 거래 회계, 스마트컨트랙트 실행 효율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MCOPY opcode 도입은 메모리 복사 비용을 낮춰 EVM 기반 개발 편의성을 높였고, 이는 향후 이더리움 개발자 유입과도 연결될 수 있는 변화다. 비체인이 강조하는 Interstellar 업그레이드와 EVM·JSON-RPC 호환성 확대가 현실화되면, 개발자 유입 장벽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장 지표는 다소 냉랭했다.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전반적 약세 흐름 속에서 VET 시가총액은 전분기 대비 35.0% 감소한 5억8,160만 달러, VTHO 시가총액은 27.4% 줄어든 5,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평균 일일 활성 주소는 7,700개로 전분기 대비 71.5% 줄었고, 평균 일일 클로즈 수 역시 19만4,300개로 27.7% 감소했다. 신규 주소와 신규 컨트랙트 배포도 큰 폭으로 줄며 네트워크 성장세는 일시적으로 둔화했다. 메사리 리서치는 이를 비체인 고유의 문제라기보다 광범위한 시장 약세와 연결된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럼에도 거래소 접근성은 개선됐다. 1분기 동안 VET는 Bullish, 코인베이스(Coinbase), 레볼루트(Revolut)에 새로 상장됐고, VTHO는 크라켄(Kraken)과 Bullish를 통해 유통 채널을 넓혔다. 가격 상승을 즉각 견인하지는 못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주요 리테일 및 기관 투자 레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장기 유동성 기반 확대 효과는 남겼다.
디파이 부문은 아직 제한적이다. 비체인의 총 디파이 TVL은 11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47.6% 줄었고, 평균 일일 DEX 거래량도 1만2,77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범용 레이어1과의 유동성 경쟁에서 비체인이 후순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프로젝트의 핵심 서사가 고수익 디파이보다는 기업용 인프라, 규제 대응, 지속가능성 앱, AI 에이전트 경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TVL 비교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환경 지표는 비체인의 브랜드 정체성과 맞물려 주목된다. 1분기 비체인소르는 약 2.4조 VTHO를 소비했고, 네트워크 CO₂ 배출량은 약 0.6톤 수준으로 전분기 대비 75.8% 감소했다. 온체인 활동 둔화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지속가능성’ 내러티브를 전면에 둔 비체인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부담이 계속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Interstellar를 통한 개발자 친화성 강화,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MVP 출시, 실물자산(RWA) 플랫폼 확장, 그리고 DPP 중심의 EU 규제 대응 시장 선점 여부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Eric Manoukian은 비체인이 기업 사용자, 일반 소비자, AI 에이전트라는 ‘세 번째 사용자층’까지 포괄하는 3축 성장 구조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멘트’하자면, 비체인의 승부처는 더 이상 단순한 체인 성능 경쟁이 아니다. 규제와 산업 수요, 그리고 AI 에이전트라는 차세대 디지털 행위자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결국 2026년 1분기 비체인(VET)은 가격보다 ‘구조’를 남겼다. VeBetter를 통한 대중 접점 확대, 디지털 제품 여권을 앞세운 규제형 인프라 구축, 비체인소르 기반의 기술 업그레이드, 그리고 AI 에이전트 경제를 겨냥한 장기 포지셔닝이 동시에 진행됐다. 시장 약세 속 토큰 가격은 후퇴했지만, 비체인이 쌓아 올린 것은 단기 시세보다 긴 호흡의 ‘실사용 기반’이다. 향후 몇 개 분기 동안 이 기반이 실질 수요와 온체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비체인과 비체인소르의 다음 평가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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