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AI 확산으로 글로벌 석유 기업 가치 초과

| 토큰포스트

인공지능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와 수익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주요 석유 기업들을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아람코·엑손모빌·셰브론 등 글로벌 3대 석유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보다 22%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플래시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도 올해 3월 이후 시가총액이 거의 3배로 늘며 아시아 최대 석유업체 페트로차이나와 맞먹는 규모에 도달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그동안 경기와 수급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대표적인 순환 산업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가 수요를 강하게 밀어 올리면서 시장의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가격 급등 자체보다 장기공급 계약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원유처럼 범용 원자재 성격이 강해 통상 단기 시황에 따라 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그런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안정적인 칩 확보가 사업의 핵심 조건이 되면서, 과거보다 더 긴 기간의 공급 계약을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5년 장기공급 계약을 처음 체결했다고 밝혔고, 추가 계약 논의도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샌디스크 역시 5건의 장기계약을 맺었으며, 이는 자사 생산능력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요 우위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3년간 수요가 자사의 공급능력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가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되면서 고객사들이 가격과 공급의 불확실성을 주요 경영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UBS의 팀 아쿠리 애널리스트는 내년 업계 전체 D램 출하량 가운데 최대 30%가 장기계약 형태로 판매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닷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전 세계 서버용 D램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고객사들이 가격을 다소 더 부담하더라도, 여러 해에 걸친 안정적인 공급과 비용 예측 가능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적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지표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2분기(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년 전 1.56달러에서 12.20달러로 급증했다. 비저블 알파는 마이크론의 이번 회계연도 EPS가 60달러를 넘고 다음 회계연도에는 약 106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도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미만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하위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샌디스크는 10.5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7배 수준으로 더 낮다. 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구성 종목 평균인 약 26배와 비교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평가다.

시장은 그동안 메모리 산업을 경기 민감 업종으로 보고 높은 프리미엄을 주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구조적 수요와 장기계약 확대는 이 산업의 수익 예측 가능성을 이전보다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메모리 반도체는 단순한 경기순환 업종을 넘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춘 핵심 인공지능 인프라 산업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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