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조정장 속 커진 주식 토큰화…타이거리서치, 무기한 선물의 가격 발견 기능 조명

| 이도현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조정을 거듭하는 사이 주식 토큰화 시장, 특히 ‘무기한 선물’ 부문은 오히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에 따르면 주식 토큰화 시장은 실물 주식을 1대1로 담보하는 현물형과 증거금 기반의 무기한 선물형으로 나뉘며, 최근에는 24시간 거래와 높은 레버리지, 빠른 상장 구조를 앞세운 무기한 선물이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다. 전통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이 엇갈리는 국면에서 주식 토큰화는 새로운 유동성 통로이자 가격 발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가 주목한 시점은 2026년 1분기다. 이 기간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0.4% 줄었고 중앙화 거래소 현물 거래량도 39.1% 급감했다. 반면 미국 S&P500 지수는 연간 목표치를 웃돌았고, 국내 증시도 반도체 강세를 기반으로 큰 폭의 상승 흐름을 보였다.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약세를 보이는 동안 주요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이 간극 속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주식 토큰화 시장으로 옮겨갔다.

주식 토큰화 구조는 크게 두 갈래다. 완전 담보형 현물은 실제 주식을 예치한 뒤 이에 상응하는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무기한 선물은 실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 등을 증거금으로 넣어 특정 종목의 가격을 추종하는 계약을 거래한다. 기초자산에 대한 직접 청구권은 없지만, 거래 편의성과 확장성은 훨씬 크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무기한 선물이 자국 거래소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종목을 24시간 매매할 수 있게 하고, 일부 상품은 최대 20배 수준의 레버리지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다. 미국 전체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약 1조100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주식 토큰화 무기한 선물의 미결제약정(OI)은 22억5000만 달러 수준에 머문다.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절대 규모 면에서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분기별 OI 증가세는 뚜렷하고, 규제 당국의 시선도 점차 제도권 편입 가능성으로 향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 영역을 새로운 금융상품 범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실제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닫힌 현물시장’과 ‘열린 무기한 선물시장’의 관계다. 국내 주식시장이 야간과 주말 동안 멈춰 있는 사이에도 해외 플랫폼의 한국 주식 무기한 선물은 계속 거래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단순히 종가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증시 움직임과 환율, 글로벌 뉴스, 개별 기업 이슈를 반영해 새롭게 형성된다. 이에 따라 무기한 선물 가격은 다음 날 국내 주식 현물 시초가를 가늠하는 선행지표 구실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 마감 후 한국 주식 무기한 선물이 상승한 날 다음 거래일에 실제 한국 증시가 상승 출발한 비율은 삼성전자 82%, SK하이닉스 95%로 집계됐다. 반대로 무기한 선물이 하락한 날 실제 하락 출발한 비율은 삼성전자 96%, SK하이닉스 78%였다. 방향 일치율은 두 종목 모두 85% 안팎이었고 상관계수는 0.85~0.89 수준을 기록했다. 단순한 방향성뿐 아니라 변동 폭도 유사했다. 야간 무기한 선물이 3% 상승하면 다음 날 현물 시초가 역시 비슷한 폭으로 높게 시작되는 경향이 확인됐고, 회귀계수는 삼성전자 0.93, SK하이닉스 1.00으로 나타났다.

주말 효과는 더욱 뚜렷했다. 금요일 종가 이후 월요일 시초가까지의 흐름을 비교한 결과, 무기한 선물이 제시한 방향과 실제 개장 방향의 일치율은 삼성전자 93%, SK하이닉스 87%였다. 이는 주말 동안 축적된 글로벌 변수들이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먼저 반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주식 토큰화 시장의 무기한 선물은 단순한 파생상품을 넘어 비거래 시간대의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도 활용도는 분명하다. 대표적인 방식은 현물-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한 ‘델타 뉴트럴’ 전략이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가 없는 대신 현물 기준가격과 괴리가 벌어질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해 펀딩 레이트를 주고받는다.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게 형성되면 일반적으로 롱 포지션이 숏 포지션에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 보고서가 분석한 장중 평균 기준으로 삼성전자 무기한 선물은 현물 대비 0.15%, SK하이닉스는 0.23%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 경우 투자자는 KRX 현물을 매수하는 동시에 같은 규모의 무기한 선물을 매도해 방향성 위험을 상쇄하고, 선물 매도 포지션에서 발생하는 펀딩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전략의 유효 시간은 길지 않다. 현물과 선물 간 괴리는 평균 약 40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프리미엄은 지속적으로 열려 있는 상시 기회라기보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특정 국면에서 빠르게 포착해야 하는 단기 기회에 가깝다. 시장 감시와 실행 속도가 핵심이 되는 이유다.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하는 차익거래 기회도 존재한다. 같은 시각, 같은 한국 주식 종목이라도 거래소별 무기한 선물 가격은 일치하지 않았다. 2026년 6월 기준 바이낸스의 삼성전자 무기한 선물은 하이퍼리퀴드보다 평균 0.93% 높았고, SK하이닉스는 1.03%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최대 격차는 2.3%까지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 포지션 자체를 거래소 간 이동할 수는 없지만, 가격이 높은 곳에서 숏, 낮은 곳에서 롱을 동시에 취하면 방향성 노출 없이 가격 수렴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때 가격이 높은 거래소의 숏 포지션은 펀딩 레이트까지 수취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 이익도 노려볼 수 있다.

이 같은 괴리는 특히 유동성이 얇은 야간과 주말에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거래소별 참여자 기반과 가격 발견 메커니즘이 상이한 데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차익거래 자본이 완전하게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후발 거래소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오래 유지되는 경향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시장 확대와 함께 사업 기회도 열리고 있다. 거래소별 가격 편차와 얇은 유동성은 전문 ‘마켓 메이커’ 수요를 키운다. 아시아 시간대 자산을 정교하게 반영하는 ‘지역 오라클’ 구축도 유망 분야로 꼽힌다. 현재 토큰화된 한국 주식 종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종목 발행과 관리 인프라를 담당할 사업자 여지도 충분하다. 더 나아가 현물 대비 프리미엄과 거래소별 펀딩 차이를 동시에 수취하는 ‘베이시스 헤지펀드’ 모델 역시 중장기적으로 검토 가능한 전략으로 제시됐다.

다만 시장의 본질적 한계도 있다. 같은 종목이 국내 현물시장과 복수의 해외 거래소로 분산되면서 유동성이 파편화되고, 어느 가격이 ‘진짜’ 기준점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얇은 유동성 위에 레버리지가 축적되면 특정 가격 급변이 연쇄 청산으로 번질 위험도 커진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주식 토큰화 시장의 방향성은 분명하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아직 전통 주식시장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가격을 먼저 발견하고 24시간 거래되며 점차 제도권 편입 논의까지 진전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주식 토큰화’와 ‘무기한 선물’ 시장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투자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 함께 형성되는 초기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유동성 공급자, 인프라 사업자, 기관형 전략 자본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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