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LG가 로보틱스와 미래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협력 범위를 빠르게 넓히면서, 인공지능 산업 확산에 맞춘 하드웨어·설비 동맹이 본격화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2026년 6월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양사 협력의 핵심 분야로 로보틱스를 꼽았다. 그는 로보틱스가 전자 기술, 기계 시스템, 인공지능이 함께 맞물리는 산업이라고 설명하면서, 양사가 모터 기술과 기계 시스템은 물론 인간형 로봇과 차세대 로봇 기술까지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알려진 엔비디아가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기계·장비 영역까지 협력 대상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도 이번 협력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됐다. 황 최고경영자는 미래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서버를 모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냉각, 전력 공급, 설계, 건설 전반에 걸쳐 첨단 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공지능 연산이 늘어날수록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함께 커지기 때문에, 그래픽처리장치만으로는 경쟁력을 완성하기 어렵고 전력·공조·공간 설계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 분야에서 LG가 강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로보틱스 시스템부터 현재와 미래의 인공지능 팩토리(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생산체계)까지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LG도 인공지능 시대에 맞춘 협력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광모 회장은 이날 엔비디아와 미래 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인공지능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시간이 많지 않아 세부 논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다음 회동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어가자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전했다. 이는 양사 협력이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중장기 사업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황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강한 낙관론을 내놨다. 그는 인공지능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이제는 이 기술이 단순히 유용한 수준을 넘어 실제 수익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전 세계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인공지능 수요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새로운 산업이 막 시작되는 초기 단계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만남은 반도체 기업과 전자·산업 기업이 인공지능 시대의 기반 설비를 함께 구축하는 방향으로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 산업이 커질수록 칩 성능 경쟁만이 아니라 전력, 냉각, 자동화, 로봇, 생산 시스템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종합 경쟁력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 사이의 전략적 협력이 제조·설비·에너지 분야로 더 넓게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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