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는 밀렸지만 블록체인 도입은 빨라졌다…크립토닷컴, 전통 금융의 토큰화 가속 진단

| 이도현 기자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통 금융권의 블록체인 채택은 오히려 속도를 높이고 있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견조한 고용 지표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글로벌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동반 조정을 받았지만, 대형 은행과 결제 기업들은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거시 변수 충격에 위험자산 약세…증시와 암호화폐 시장 동반 조정

이번 조정은 미국 5월 신규 고용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돈 17만2000건으로 집계되면서 촉발됐다. 예상보다 강한 고용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고,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그 여파로 S&P500은 2.59%, 나스닥은 4.68% 하락하며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자금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은 헬스케어와 금융 섹터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암호화폐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유에스디코인(USDC)과 테더(USDT)를 중심으로 약 24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이를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위한 현금화 수요와 연결해 해석했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매도 압력이 확인됐다. 미국 비트코인(BTC) 현물 ETF에서는 17억 달러, 이더리움(ETH) 현물 ETF에서는 1억7400만 달러가 각각 순유출되며 전주에 이어 자금 이탈이 지속됐다.

미국 규제 환경은 정비 국면…제도화와 감독 강화가 병행

정책 측면에서는 제도권 편입을 위한 움직임과 감독 강화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소액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세금 면제 법안을 검토 중이며, 재무장관은 비트코인(BTC)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도입할 가능성까지 논의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주변 자산군이 아니라 정책 테이블 위의 핵심 의제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감독 당국의 시선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디지털 자산을 2030년까지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공식 지정했다. 이는 향후 수년간 연방 차원의 규제 집행과 시장 감독이 한층 촘촘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는 이런 환경이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대형 은행과 결제 기업, 블록체인 실사용 확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제도권 금융의 실행 속도다. 제이피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공동 ‘토큰화 예금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했다. 이는 기존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에서 효율적으로 이전·정산하려는 시도로, 향후 기업 간 결제와 기관투자자 자금 관리 영역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도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부동산 펀드를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며 전통 자산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같은 비유동 자산을 토큰화하면 거래 효율을 높이고 접근성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금융상품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이 투기적 자산의 기반 기술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결제 분야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마스터카드, 비자, 스트라이프는 공동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마스터카드는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주요 네트워크에서 유에스디코인(USDC), 피와이유에스디(PYUSD) 같은 규제형 스테이블코인으로 카드 결제를 정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 내부 유동성 수단을 넘어 실제 결제 레일의 한 축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품 다변화도 진행…시장 조정 속 구조 변화는 계속

투자 상품 측면에서는 그레이스케일이 낮은 수수료를 앞세운 미국 하이퍼리퀴드 ETF를 출시하며 선택지를 넓혔다. 시장이 조정을 겪는 상황에서도 기관들은 신규 상품과 인프라 구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단기 가격 흐름과 별개로 산업의 구조적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결국 이번 시장은 강한 미국 경제지표가 위험자산에 부담을 줬다는 단기 변수와, 전통 금융이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본격 수용하고 있다는 중장기 변수가 교차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가격은 흔들렸지만 제도화와 실사용 확대는 오히려 전진했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가 짚었듯, 향후 시장의 핵심은 거시경제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느냐보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가 얼마나 빠르게 기존 시스템 안으로 스며드느냐에 달려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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