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증권, 미국 자본시장 판 바꾸나…멕시벤처스, SEC 규제 재설계 본격화 분석

| 이도현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토큰화 증권 거래를 위한 새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에 착수하면서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의 접점을 둘러싼 제도 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에 따르면 SEC는 6월 9일 업계 컨퍼런스에서 ‘혁신과 규제 차익 방지’ 원칙 아래 토큰화 증권, 무기한 선물, 주식시장 거래 인프라 전반을 함께 재설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토큰화 증권이 더 이상 실험적 상품에 머물지 않고, 미국 자본시장 규제 체계 안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토큰화 증권은 주식·채권·펀드 지분 같은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한 형태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소유권 이전과 배당 지급, 결제 효율화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현행 증권 규정은 기존 거래소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블록체인 기반 시장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SEC가 문제 삼은 지점도 여기에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최선집행 의무를 규정하는 Regulation NMS와 거래 추적 시스템인 CAT는 전통 증권시장 인프라에 맞춰 설계됐다. 토큰화 증권 플랫폼에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술 현실과 규정이 충돌할 수 있고, 반대로 별도 예외를 폭넓게 허용하면 기존 증권사보다 느슨한 감독을 받는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 리서치는 SEC가 이 같은 왜곡을 막기 위해 동일 기능의 금융상품에는 유사한 감독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이번 규제 정비는 SEC 단독 과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무게가 실린다. 미국에서 증권은 SEC, 선물과 상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각각 관할한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과 파생상품은 두 기관의 경계가 자주 겹친다. SEC는 이미 단일 주식 선물 관련 신청 검토와 비트코인(BTC) 지수 옵션의 현금결제 상품 승인 과정에서 CFTC와 협업한 바 있으며, 현재는 스왑 및 증권 관련 스왑 보고 기준의 통일, 포트폴리오 마진 체계 정비, 상품 정의의 호환성 확보까지 논의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공조는 단순한 행정 협력이 아니라 시장 질서 재편과 직결된다. 규제 기관 간 기준이 엇갈리면 사업자는 자신에게 더 유리한 플랫폼이나 라이선스 체계를 선택해 감독 강도를 낮추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SEC가 강조한 ‘혁신과 규제 차익 방지’는 기술 혁신을 억누르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 간 틈새를 이용한 영업 모델을 차단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축은 무기한 선물의 법적 분류다. 2026년 6월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가 CFTC로부터 비트코인(BTC) 무기한 선물 거래 승인을 받으면서, 해당 상품이 현행법상 ‘선물계약’인지 아니면 별도의 ‘거래소’ 성격을 띠는지에 대한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구분은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니다. 어떤 분류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감독 체계, 공시 의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

SEC는 향후 유사한 상품이 다른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신청될 경우 건별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판단 기준으로는 두 가지가 제시됐다. 첫째는 해당 거래가 투자와 도박의 경계를 적절히 유지하는지 여부, 둘째는 소매 투자자에게 과도한 레버리지가 제공되지 않는지 여부다. 이는 무기한 선물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더라도 감독 강도를 낮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런 기준은 향후 시장 설계의 ‘핵심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통 주식시장 자체의 구조 변화도 병행된다. SEC는 연내 미국 주식시장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23시간 거래하는 ‘23×5’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현재 정규장은 동부시간 기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제한돼 있지만, 거래 시간이 대폭 확대되면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의 상시 거래 환경에 가까워진다. 이는 토큰화 증권 시장과 전통 주식시장의 시간적 간극을 줄이는 조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Regulation NMS와 CAT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진행된다. 2005년 제정된 Regulation NMS는 미국 주식 거래의 기본 원칙으로 기능해왔지만, 토큰화 증권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 구조가 본격 도입되는 환경에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말해, 이번 토큰화 증권 프레임워크는 새로운 자산군의 규칙을 덧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 주식시장 인프라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뜯어고치는 작업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련의 조치를 미국이 디지털 자산 종합 규제 체계 구축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로 해석한다. 토큰화 증권 규율, SEC-CFTC 공동 정비, 무기한 선물 기준 정립, 23×5 거래체제 도입, Regulation NMS 개편이 동시에 논의된다는 점은 제도 설계가 개별 현안을 넘어 구조 개편 수준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규제를 담은 지니어스 법,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를 다루는 CLARITY Act, 암호화폐 과세 입법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이 발행·유통·과세·파생상품을 아우르는 입체적 규제 틀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의 다음 변수는 속도와 정합성이다. 토큰화 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SEC와 CFTC가 얼마나 매끄럽게 규제를 접합하느냐, 무기한 선물과 같은 신종 상품에 어떤 법적 기준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자산 시장의 향방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규제의 명확성과 시장 혁신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경우, 토큰화 증권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차세대 자본시장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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