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MEV’ 추출 문제가 기관 자금의 온체인 유입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로 지목되는 가운데,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조니 크라이저(Jonny Kreise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이의 차세대 레이어1 설계 ‘세이 기가’가 멀티 프로포저 합의와 결정론적 순서 규칙, 비공개 트랜잭션 전파 계층을 결합해 기관급 실행 환경을 프로토콜 내부에서 구현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더리움(ETH) 머지 이후 퍼블릭 블록체인은 검증인, 빌더, 서처, 차익거래자에게 약 65억달러의 가치를 이전했으며, 세이의 접근은 이러한 ‘재량적 실행’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분석은 2026년 7월 2일 공개됐으며, 세이가 2025년 5월 19일 ‘세이 기가’ 백서를 발표한 이후 네트워크 전략을 소비자 중심 고처리량 체인에서 기관 실행 중심 체인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본격적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메사리 리서치의 조니 크라이저는 현재 기관투자자 대상 대규모 거래 실행이 탈중앙 네트워크보다 중앙화거래소(CEX) 데스크와 OTC 브로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세이 기가는 자기 보관과 온체인 조합 가능성을 유지한 채 이 기능을 온체인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핵심 배경은 ‘MEV’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이용자들은 샌드위치 공격, 차익거래, JIT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약 28억7000만달러를 검증인, 빌더, 서처에게 넘겼다. 여기에 자동화마켓메이커(AMM) 유동성 공급자들이 LVR(loss-versus-rebalancing)로 입은 손실 36억8000만달러를 합치면 총 65억5000만달러 규모의 가치 유출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전통 외환시장에서 수년간 규범화된 ‘last look’ 비용과 비교해도 거버넌스 장치가 부족한 구조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기관 트레이더가 실행 비용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전통 금융에서는 스프레드와 제한적 정보 노출, 유동성 공급자의 일부 재량을 감수하더라도 공개 규범과 감독 체계가 작동한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의 ‘MEV’는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거나 상한이 없고, 실행 과정의 재량권이 프로토콜 외부 운영자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이더리움에서는 Flashbots Protect, MEV-Blocker, CoW Swap 같은 외부 시스템이, 솔라나(SOL)에서는 지토의 BAM(Block Assembly Marketplace)이 대표적 완화 수단으로 활용된다.
문제는 이 같은 완화 구조가 추출을 일부 줄이면서도 새로운 중개자와 비용 계층을 만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더리움 가스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비공개 오더플로 채널을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솔라나에서는 BAM 운영 검증인들이 네트워크 스테이킹 지분의 약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토의 TipRouter처럼 팁 분배 과정에서 별도 수수료를 취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보고서는 이런 구조가 기관이 요구하는 실행 투명성, 신뢰 최소화, 운영 일관성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이 기가가 제시한 해법은 프로토콜 수준의 내장형 실행 통제다. 첫 번째 축은 MCP(Multiple Concurrent Proposer) 기반 멀티 프로포저 합의다. 단일 리더 체인에서는 하나의 프로포저가 블록 내 포함 여부와 순서를 결정하면서 ‘MEV’ 추출의 관문을 쥐게 되지만, 멀티 프로포저 구조에서는 여러 검증인이 병렬로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결정론적 규칙에 따라 결과를 병합한다. 이 방식은 단일 검열 지점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복제 탈취, 오더플로 판매, 타이밍 경쟁 같은 새로운 ‘MEV’ 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세이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오토반(Autobahn)’, 팁 우선순위 병합, ‘세드나(Sedna)’를 결합했다. 오토반은 250밀리초 미만에서 트랜잭션 순서를 확정하는 합의 구조로, 메사리 리서치는 이것이 기관 외환 RFQ의 일반 왕복 시간보다 짧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데브넷 기준으로 세이는 초당 약 20만건, 이더리움 기준 환산 시 약 5기가가스 처리량을 달성한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이는 아직 메인넷 대규모 환경에서 충분히 검증된 결과는 아니라는 단서가 붙는다.
두 번째 요소인 팁 우선순위 병합은 거래 순서를 임의 판단이 아니라 공개 규칙으로 정한다. 검증인 레인 전반의 트랜잭션은 제시된 최대 팁이 높은 순으로 정렬되고, 동률일 경우 사전에 정의된 인덱스 규칙으로 우선순위를 가른다. 중복 트랜잭션은 명시적으로 제거된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현재 이더리움에서 빌더 입찰과 외부 경매로 형성되는 불투명한 포함 경쟁을, 누구나 사전에 이해할 수 있는 명시적 수수료 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 핵심은 비공개 트랜잭션 전파 계층인 세드나다. 세드나는 하나의 트랜잭션을 여러 비공개 조각으로 분할해 복수 검증인 레인에 분산시키고, 충분한 조각이 확정된 뒤에만 원래 거래를 재구성해 실행한다. 이 구조에서는 어느 한 검증인도 전체 거래 내용을 사전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선행매매나 샌드위치 공격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메사리 리서치는 이를 기관 외환 데스크가 대규모 주문을 여러 거래상대방에 나눠 보내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비유했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솔라나 컨스텔레이션과의 차이도 분명하다. 솔라나는 이미 기관 유동성과 거래 흐름을 일부 확보한 상태에서 합의 계층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지만, 현재의 ‘MEV’ 완화는 여전히 지토의 외부 인프라 의존도가 높다. 반면 세이는 프로토콜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 실행 전 프라이버시와 순서 통제 장치를 심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것이 제3자 운영자 의존성을 꺼리는 전통 금융 리스크 프레임워크와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화거래소와의 경쟁 구도에서도 세이의 목표는 명확하다. 코인베이스 프라임, 바이낸스 인스티튜셔널, FalconX 같은 기관용 실행 플랫폼은 단계별 수수료, RFQ, OTC 데스크, 규제 감독을 기반으로 이미 암호화폐 시장의 대형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세이 기가는 이를 속도로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자적 결제와 자기 보관, 조합 가능성, 온체인 투명성을 유지한 채 기관급 실행 통제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노린다. 특히 토큰화 국채, 실물자산(RWA) 담보 대출, 프로그램형 리밸런싱, 인텐트 기반 실행처럼 온체인 정산이 본질적인 거래 영역이 주요 타깃으로 제시됐다.
현재 구현 상황도 일정 부분 진척된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이 기가의 네 가지 핵심 메커니즘 가운데 세 가지는 이미 구현됐고, 남은 하나인 세드나의 완전한 메인넷 배포는 연구 논문 공개 이후 최종 사양을 다듬는 단계다. 네트워크 마이그레이션은 리제네시스나 다운타임 없이 진행되도록 설계됐으며, 향후 양자내성 보안 강화를 위한 ML-DSA 서명 도입 로드맵도 포함돼 있다.
기관 채택 측면에서는 초기 성과도 확인된다. 세이 체인에는 온도 파이낸스, 아폴로, 리브레 캐피털, GAIB 등이 발행하거나 보유한 토큰화 실물자산이 약 3억800만달러 규모로 올라와 있으며, 이는 네트워크 TVL의 약 72%를 차지한다. 다만 보고서는 자산 발행과 실제 실행 흐름은 별개의 문제라며, 아직 이 자산을 기반으로 한 의미 있는 거래 워크플로가 온체인에서 본격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관건은 세 가지다. 세드나가 예정대로 출시되는지, 내부 데브넷에서 입증된 처리량이 메인넷에서도 재현되는지, 그리고 이미 세이에 올라온 기관 발행사들이 이 체인을 실제 ‘실행 거래소’로 쓰기 시작하는지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조니 크라이저는 세이 기가가 재량적 실행이라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고질적 약점을 프로토콜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가장 통합적인 EVM 레이어1 시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도, 기관 금융의 온체인 전환이 본격화되려면 기술 구현과 시장 채택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MEV’ 완화와 기관 실행이라는 두 과제가 결합되는 지점에서 세이의 다음 몇 분기가 시장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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