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OUSD 출범의 의미: 코인의 시대가 저물고, 레일의 시대가 온다

| 신근영

지난 6월 30일, 하나의 발표가 나오자 뉴욕 증시에서 써클(Circle)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 넘게 무너졌다.

발표의 주인공은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이었다.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블랙록, 구글,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결제·금융·빅테크 기업에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 두나무, 카카오뱅크 등 국내 13개 기업까지, 전 세계 140여 개 기업이 연합하여 새로운 달러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USD)'의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새 코인이 하나 나온다는데, 정작 흔들린 것은 코인 가격이 아니라 기존 발행사의 '주가'였다. 나는 이 장면이 지금 암호화폐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의 경쟁은 이제 코인과 코인의 싸움이 아니다.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레일과 레일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알트코인의 겨울이 말해주는 것

이더리움을 포함한 수많은 알트코인의 가격이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실망과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오르는데 왜 내 코인만 안 오르는가"라는 질문이 커뮤니티마다 넘쳐난다.

나는 이 현상을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나 유동성 문제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시장이 보내는 훨씬 근본적인 메시지다.

"이야기는 많았지만, 증명한 것은 무엇인가?"

지난 몇 년간 시장에는 수만 개의 토큰이 쏟아졌다. 저마다 화려한 백서와 로드맵, 세상을 바꾸겠다는 서사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 가운데 실제 캐시플로와 사용처를 증명한 프로토콜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금의 알트코인 침체는 "서사만 있고 실사용이 없는 토큰들에 대한 피로감"이 가격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냉정하다. 그리고 그 냉정함은, 길게 보면 축복이다.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 시장에는 진짜 옥이 설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OUSD가 뒤집은 것 : 발행에서 유통으로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OUSD의 출범 선언은 정반대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USDT)와 써클(USDC)이 양분해 왔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코인을 발행하고, 그 담보로 쌓아둔 달러와 미국 국채를 운용해 발생하는 막대한 이자 수익을 발행사가 독점하는 구조다. 결제망을 깔아준 것은 비자와 마스터카드였고, 유통을 책임진 것은 거래소와 핀테크였지만, 과실은 발행사가 가져갔다.

OUSD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발행과 상환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준비금 운용 수익을 소액의 관리비를 제외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한 유통 기업들에게 배분한다. 특정 발행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 법인이 운영하고, 참여 기업들이 공동 거버넌스를 구성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경쟁의 축이 "누가 더 많은 코인을 찍느냐"에서 "누가 더 넓은 실물 결제·금융 네트워크를 연결하느냐"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물론 낙관만 할 일은 아니다. 써클의 제러미 알레어 CEO는 "수익을 유통사에 전부 나눠주는 구조는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 여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반박했고, 실제로 OUSD의 발행 법인과 라이선스, 준비자산 수탁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반기 출시라는 일정도 공격적으로 읽힌다. OUSD 자체가 성공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OUSD의 성패보다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고 본다. 세계 자금줄을 쥔 140개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송금·정산 인프라"라는 명제에 자기 이름을 걸고 동의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암호화폐가 투기의 언어에서 인프라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방향은 OUSD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되돌아가지 않는다.

암호화폐는 한 덩어리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자. 암호화폐 전체가 한 덩어리로 오르내리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은 세 개의 층으로 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비트코인은 디지털 가치 저장의 축이다. 필자는 지난 7월 6일 칼럼(토큰포스트)에서 금의 가치가 산업적 쓸모가 아니라 "역사가 만든 합의"에서 나온다고 썼다. 비트코인은 ETF 승인, 국가 채택, 기관 포트폴리오 편입을 거치며 그 합의를 빠른 속도로 쌓아가고 있다. 아직 위기 시 안전자산의 행동 패턴까지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디지털 희소 자산의 중심축이라는 지위는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은 돈이 흐르는 레일이다. USDT, USDC, 그리고 OUSD. 이들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인프라다. 결제, 송금, 정산, 국경 간 자금 이동에서 기존 금융망보다 빠르고 싸게 작동하는 새로운 머니 레이어. 각국 규제도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에 대해서는 배척이 아니라 제도화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셋째, 소수의 인프라형 체인은 프로토콜 레벨의 운영체제로 남는다. 이더리움과 극소수의 L1, L2는 그 위에서 계약과 데이터가 돌아가는 기반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밖의 수많은 알트코인들은 냉정하게 재분류되어야 한다. 이들은 "성장주"가 아니다. 성공하면 크게 벌지만 실패하면 소멸하는, 변동성 높은 "옵션"에 가까운 자산이다. 옵션을 성장주로 착각하고 노후 자금을 넣는 순간, 비극이 시작되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는 날 눈물을 흘리게 된다.

겨울이 아니라 재편기, 그리고 손바뀜의 시기

가격만 보는 투자자에게 지금은 "알트코인 겨울"이다. 그러나 인프라와 제도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청산과 선택의 시기, 즉 손바뀜의 시기다.

닷컴 버블이 꺼진 뒤를 기억해 보자. 수천 개의 닷컴 기업이 사라졌지만 인터넷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폐허 위에서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구글이 세계를 재편했으며 한국에서 인터넷의 중심은 네이버와 다음으로 옮겨갔다. 죽은 것은 서사였고, 살아남은 것은 인프라였다.

암호화폐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알트코인 대부분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는 가정은 이제 과도하다. 그러나 반대로 "온체인 인프라 자체가 사라진다"는 비관은 현실과 더 멀다. 지금은 웹3, 온체인 금융, 디지털 결제 인프라 가운데 무엇이 진짜로 쓰일지가 가려지는 과정이며, 그 정점에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핵심 체인이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 재편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사만 있고 캐시플로가 없는 수많은 알트코인이 될 것이고, 가장 큰 수혜자는 실제 돈과 데이터가 흐르는 레이어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런 재편기에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를 묻는다면, 나는 다섯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질문을 바꿔라. "이 코인이 오를까"가 아니라 "이 프로토콜이 쓰일까"를 물어야 한다. 가격은 결과이고 사용은 원인이다. 원인을 보지 않고 결과에 베팅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둘째, 포트폴리오를 코인 이름이 아니라 역할로 나눠라. 가치 저장(비트코인), 인프라(핵심 체인), 옵션(그 밖의 알트코인). 이 세 층은 성격이 전혀 다른 자산이기에 여기에 적합한 코인으로 암호화폐 자산을 재구성해야 한다. 물론 옵션의 비중은 전부 잃어도 삶이 흔들리지 않는 크기여야 한다.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대부분의 비극은 피할 수 있다.

셋째, 백서가 아니라 장부를 읽어라. 프로토콜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활성 사용자, 정산되는 실물 거래량. 서사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캐시플로는 아무나 만들지 못한다. 온체인 데이터는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다. 읽지 않는 것은 시장의 잘못이 아니라 투자자의 게으름이다.

넷째, 레일 위의 기업도 보라.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머니 레이어가 된다면, 그 수혜는 코인 보유자만이 아니라 그 레일 위에서 결제와 정산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게도 돌아간다. OUSD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 왜 들어갔는지를 생각해 보면, 투자의 지평은 코인 차트 바깥으로 넓어진다.

다섯째, 겨울에는 겨울의 일을 하라. 농부는 겨울에 씨를 뿌리지 않는다. 대신 땅을 고르고 연장을 손질한다. 지금은 물타기의 계절이 아니라 공부와 청소의 계절이다. 내가 든 자산이 세 개의 층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그 자리가 재편 이후에도 남을 자리인지를 하나하나 점검하는 것. 그것이 이 겨울에 투자자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결국, 무엇이 암호화폐의 미래인가

암호화폐의 미래는 "코인 가격이 예전처럼 폭등하느냐"로 정의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으로 가치가 저장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이 움직이며, 소수의 체인 위에서 계약과 데이터가 돌아가는 세계가 어느 정도까지 우리의 일상이 되느냐. 그것이 암호화폐의 미래를 정의할 것이다.

OUSD의 출범 선언은 그 미래가 더 이상 백서 속의 그림이 아니라, 비자와 블랙록과 삼성전자의 사업 계획서 안으로 들어왔다는 증거다.

투기의 시대는 시끄럽게 왔다가 시끄럽게 간다. 인프라의 시대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다가온다. 지금 아무도 환호하지 않는 겨울의 한복판에서, 돈의 레일은 소리 없이 깔리고 있다.

금이 그랬듯, 최종 판결은 시간이 내릴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 판결문의 초고가 이미 쓰이기 시작했다.

2026.07.14.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초대회장)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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