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유명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가 월가 금융사들과 함께 추진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금융을 두고 '절박함의 신호'라고 비판했다. 엔비디아가 AI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이들이 다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실제 수요보다 매출과 수익성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월 13일(현지시간) 스톡트위츠에 따르면 마이클 버리는 자신의 서브스택에서 엔비디아의 최근 AI 인프라 금융 확대를 두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이것이 절박함의 신호라는 점이 더 잘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붕괴를 일찍 예측하고 이에 베팅해 큰 수익을 거둔 헤지펀드 매니저다.
그는 엔비디아가 자금 공급 통로를 만들어 칩 판매를 늘리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엔비디아가 자본 공급에 마중물을 부어 더 많은 판매를 만들고 AI 포모가 시작된 이후 희소성으로 높아진 매출총이익률 20%포인트를 유지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자금 조달 돕고 다시 칩 판매...버리 '순환 금융' 지적
엔비디아는 이번 주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금융사들과 5000억 달러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버리가 문제 삼는 것은 엔비디아와 AI 기업, 금융회사 사이에 자금과 매출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금융사들과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면 엔비디아의 매출로 다시 돌아오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여러 AI 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대규모 칩을 판매해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서로 연결된 투자와 칩 구매 계약이 실제 최종 수요보다 엔비디아 칩 수요와 AI 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여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금융 구조가 제한적인 지원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별 심사를 거쳐 사업 기회 규모의 최대 25%까지 '잔존가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며 "지원은 제한적이고 잔존가치에 기반하며 독립적인 금융 심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직접 대규모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장비 등에 남아 있는 가치를 일부 보증해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을 돕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엔비디아 부도 위험 보험료 두 배로...채권시장도 경계
버리는 채권시장에서 나타나는 위험 신호도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신용부도스와프 가격이 두 배로 오른 뒤 이번 발표가 시장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약 79.8bp로, 7월 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 83.7bp에 근접해 있다. 신용부도스와프는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가격이 오를수록 시장이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부도 위험에 대비하는 비용은 5월 말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도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부채가 늘고 있어 채권시장의 경계가 커지고 있다.
기술 평론가 에드 지트론도 엔비디아가 단순한 칩 공급업체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자금을 조달하고 고객도 찾아준다"며 코어위브와 람다처럼 엔비디아가 투자·공급·구매 관계로 동시에 얽혀 있는 기업들을 사례로 들었다.
지트론은 "엔비디아는 자신들이 판매한 GPU를 다시 임대하도록 사실상 돈을 대고, 부채 조달을 돕고, 부지까지 찾는다"며 "판매자가 고객의 구매 자금까지 지원하는 '벤더 파이낸싱'과 같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AI 인프라 금융 계획 발표 이후 월요일 3% 하락했지만 이후 낙폭을 회복해 주간 기준 보합권을 나타냈다. 스톡트위츠에서 엔비디아에 대한 개인투자자 투자심리는 목요일까지 이틀 연속 '중립'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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