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중국 제조업체들이 정작 돈을 벌지 못하는 역설에 빠졌다.
중국을 대표하는 태양광 기업 진코솔라(JinkoSolar), JA솔라(JA Solar), 통웨이(Tongwei)가 올해 상반기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시장을 압도할 만큼 생산능력을 확대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훨씬 앞서면서 패널과 소재 가격이 추락했고, 여기에 중국 내 설치 둔화와 수출 지원 축소,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무역장벽까지 겹친 결과다.
진코솔라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247억3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고, 순손실은 30억8000만 위안으로 확대됐다. JA솔라도 매출이 174억9800만 위안으로 26.8% 줄면서 26억6300만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통웨이는 매출 343억5700만 위안, 순손실 51억19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에서 세계 최대 제조업체들이 동시에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 데 있다.
■ 세계를 장악했지만 가격도 스스로 무너뜨렸다
중국 태양광 산업의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성공의 역설’이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대규모 투자와 정부 지원,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통해 폴리실리콘에서 웨이퍼, 셀, 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산업 전반에서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생산설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동안 세계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공급업체들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가격을 낮췄고, 경쟁사가 이를 따라가면서 다시 가격이 내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JA솔라는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업계가 여전히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으며 단기적인 설비 감축이나 구조조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실제 JA솔라의 태양광 모듈 사업은 상반기에도 마이너스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문제 삼기 시작한 이른바 ‘내권(內卷·involution)’ 경쟁이 태양광 산업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셈이다.
기업들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싸게 팔면서 시장점유율은 커졌지만, 정작 산업 전체의 이익은 사라지는 구조다.
■ 지난해 212GW → 올해 72GW… 설치량 66% 급감
여기에 중국 내 태양광 설치시장까지 급격한 조정을 맞았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태양광 설비는 약 72.07GW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2.21GW와 비교하면 약 66% 감소한 규모다.
다만 이 숫자를 중국의 태양광 수요가 갑자기 붕괴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숫자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중국 정부는 2025년 6월 1일부터 신규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전력 판매가격을 기존의 사실상 고정가격 체계에서 시장가격 중심으로 전환했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발전사업자의 향후 수익성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발전사업자들이 시행일 이전에 프로젝트를 앞당겨 완공했다.
그 결과 2025년 5월 한 달에만 약 93GW의 태양광 설비가 새로 설치됐다. 웬만한 국가의 수년치 태양광 설비가 중국에서 한 달 만에 깔린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수요가 미래 수요를 미리 끌어다 쓴 만큼 올해는 그 반작용을 맞고 있다.
중국 태양광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성장의 종말’이라기보다 초고속 성장 이후의 숙취에 가깝다.
■ 수출까지 막힌다… 7월 물량 21.4% 감소
해외 시장에서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중국 세관 통계를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셀과 패널 수출물량은 지난 7월 83만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4% 감소했다.
6월 98만톤보다도 줄었으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3월에는 수출 규모가 175만톤까지 치솟은 바 있다.
3월 수출이 급증한 데도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가 4월 1일부터 태양광 제품에 제공하던 부가가치세 수출 환급을 전면 폐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은 지난 1월 태양광 제품의 수출세 환급을 4월부터 없애고 배터리 제품의 환급률 역시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수출할 때 일정 부분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이 혜택이 사라지면서 해외 판매의 채산성이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은 제도 시행 이전인 1분기에 해외 출하를 대거 앞당겼고, 이후 수출량이 급격히 내려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와 공급망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통적인 수출 전략도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수출 감소를 단순히 ‘미국 관세 때문’이라고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과잉공급, 수출세 환급 폐지, 주요국 무역규제, 해외 수요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 그런데 태양광 설비는 석탄을 따라잡았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나타난다.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이들이 지난 수년간 쏟아낸 제품은 중국의 전력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6월 말 기준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약 1.272TW에 달했다. 석탄화력 발전설비 1.275TW와 불과 수GW 차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 역시 당시 태양광과 석탄 설비 규모가 사실상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한 달 뒤인 7월 말 태양광 설비용량은 다시 1.29TW로 늘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기업의 손익계산서만 보면 중국 태양광 산업은 위기다.
그러나 발전소 숫자를 보면 중국의 에너지 전환은 역사적인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기업은 적자인데 산업은 세계를 바꾸고 있다.
이것이 중국 태양광이 보여주는 가장 큰 역설이다.
■ 값싼 태양광은 중국 산업정책의 ‘승리’인가 ‘실패’인가
여기서부터는 토큰포스트의 분석이다.
중국 태양광 산업을 단순히 성공과 실패 중 하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기업 수익성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문제가 있다.
생산능력이 수요를 지나치게 앞서면서 가격 경쟁이 격화됐고, 세계적인 기업들조차 수십억 위안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국가 전략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중국의 막대한 생산설비는 세계 태양광 패널 가격을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을 크게 개선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 태양광 공급망의 중심을 차지했다.
태양광 발전단가는 떨어졌고 설치량은 폭증했으며 중국의 발전설비 구조마저 바뀌었다.
즉 중국은 기업의 이익률을 희생하면서 산업 지배력과 에너지 인프라를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모델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가격을 낮춰 경쟁사를 밀어내는 단계에서는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사가 사라진 뒤에도 자국 기업끼리 계속 가격을 낮춘다면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과 세계 최저 수준의 수익성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내권식 경쟁’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이유다.
■ 태양광과 AI가 만나는 곳… 결국 ‘전력’이다
이 변화가 디지털자산이나 AI 산업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두 산업을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가 보면 같은 원료에 도달한다.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도 전기를 먹는다.
비트코인 채굴도 전기를 먹는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반도체 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 세계 기술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비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력과 전력망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인터넷 데이터 서비스 분야 전력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교환 서비스 전력 소비도 56.9% 급증했다.
AI가 확대될수록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발전소와 송전망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 태양광의 공급과잉은 단순히 태양광 업체의 실적 문제가 아니다.
저렴한 패널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는 장기적으로 컴퓨팅 비용 구조까지 바꿀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년간 연산 인프라는 반도체 가격을 따라 움직였다.
앞으로 10년은 전력 가격을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남는 전기를 누가 먹을 것인가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태양은 전력이 필요할 때만 뜨지 않는다.
전력망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수요가 부족하면 발전할 수 있는 전력을 버려야 한다. 이른바 출력제한(curtailment)이다.
중국의 태양광·풍력 설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발전소 설치보다 송전망과 저장장치, 전력시장 개편이 더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는 이유다.
반대로 AI 데이터센터와 기타 대규모 컴퓨팅 설비는 24시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전력을 어떻게 연산센터에 공급할 것인가”가 아니라 “남는 전력이 있는 곳에 연산을 옮길 수 있는가”가 된다.
비트코인 채굴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런 경제 논리를 따라 움직여왔다.
AI 인프라도 전력 제약이 심해질수록 비슷한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태양광 공급과잉과 AI 데이터센터 붐은 전혀 다른 두 현상처럼 보이지만 결국 ‘값싼 전기를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문제에서 만난다.
■ 에너지도 디지털 자산이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전력 자체뿐 아니라 전력이 가진 ‘속성’도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녹색전력증서(GEC) 거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올해 6월에만 약 8273만개의 녹색전력증서가 거래됐으며 풍력과 태양광이 핵심 거래 대상이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와 발전 데이터, 탄소감축 실적은 점점 하나의 금융·데이터 자산으로 변하고 있다.
이들 자산의 발행과 추적, 거래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거나 향후 일부를 토큰화하는 시도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이를 곧바로 ‘에너지 RWA 시장’으로 연결짓는 것은 이르다.
중요한 것은 실물 전력 → 발전 데이터 → 환경가치 → 금융자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한국에 던지는 질문… 패널보다 전력망이 문제다
한국에도 상반된 영향이 예상된다.
한화솔루션 큐셀처럼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가진 국내 기업은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규제가 강화될수록 상대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면 태양광 제품 가격과 마진에 대한 압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에너지 수요자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떨어질수록 발전소 건설비용은 낮아진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대규모 산업시설이 재생전력을 확보하는 비용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패널 가격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전력망과 입지다.
발전소를 지어도 전력망에 연결하기 어렵고,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해도 수도권 전력 공급 문제가 발생한다면 패널 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도 의미가 제한적이다.
중국 태양광 산업의 현재 모습은 한국에도 하나의 교훈을 준다.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발전설비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발전, 저장, 송전망, 데이터센터, 전력시장까지 하나의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지금 그 비용을 치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태양광 패널을 만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전소를 세웠다.
그 결과 태양광은 석탄을 넘어 중국 최대 전원으로 올라설 문턱까지 왔다.
그러나 이를 만든 기업들의 장부에는 적자가 쌓이고 있다.
중국 태양광의 위기는 그래서 단순한 불황이 아니다.
세계 시장을 지배할 정도로 생산능력을 키운 뒤, 그 압도적인 규모가 다시 자신들의 수익성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21세기 산업 경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더 이상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이 만들어도 돈을 벌 수 있는가.
중국 태양광 산업은 지금 그 두 번째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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