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의 토마스 프로프스트 연구원은 2026년 9월 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DAT)이 보유 암호화폐의 성과를 주주 수익으로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BTC) 축적을 기업 정체성으로 내세웠던 스트래티지(MSTR)가 여름 동안 약 7,000 BTC를 매도하면서 ‘영구 매수자’라는 시장의 믿음도 흔들렸다.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 모델은 2024년과 2025년 빠르게 확산했다. 초기에는 비트코인(BTC)에 집중했지만 이후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하이퍼리퀴드(HYPE) 등으로 보유 자산이 다양해졌다. 현물 유동성 확대와 규제에 부합하는 수탁 서비스,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 회계 기준 정비가 기업의 암호화폐 보유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준비자산은 본래 자본을 보전하고 현금흐름의 변동을 완화하며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자산 트레저리는 가격 변동과 유동성 위험이 큰 자산에 적극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현금이나 금 같은 전통적 준비자산과 성격이 다르다.
이 같은 한계는 2026년 들어 뚜렷해졌다. 첫 8개월 동안 미국 대형주 지수 SPX가 11.33% 상승한 반면 스트래티지,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MNR), 하이페리온 디파이(HYPD)의 수익률은 각각 -19.78%, -23.92%, -12.57%를 기록했다. 주주들은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감수했지만 주식시장 상승의 혜택은 누리지 못했다.
스트래티지는 여름 말 기준 84만5,050 BTC를 보유한 최대 기업 보유자다. 회사는 비트코인을 무기한 축적하고 매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앞세워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 프리미엄을 유지했다. 높은 프리미엄을 활용해 신주를 발행하고 주당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는 구조가 성장 전략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스트래티지는 2026년 5월 대차대조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뒤 6월 초 32 BTC를 약 250만 달러에 매도했다. 이후 6월 말 약 1,363 BTC, 7월 초 2,225 BTC, 8월 중 3,328 BTC를 추가로 처분했다. 매각 자금은 우선주 배당과 달러 준비금 확충, 증권 환매에 투입됐다.
카이코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보유량과 비교하면 매도 규모는 작지만 시장에 전달한 신호는 컸다. 자금 조달 비용과 현금 수요에 따라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일반적인 재무관리 방식으로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첫 매도 발표 당시 비트코인은 일주일 만에 약 7만3,000달러에서 6만 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스트래티지 주식의 30일 이동 변동성은 대부분 50~100%로, 비트코인의 20~54%와 SPX의 10~18%를 크게 웃돌았다. 4월 이후 비트코인과의 30일 이동 상관계수도 0.6~0.75를 기록했다. 이는 스트래티지가 독립적인 주식시장 익스포저나 충분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비트마인은 2025년 중반 이더리움 중심의 재무전략으로 전환한 뒤 기업 가운데 최대 ETH 보유자로 올라섰다. 2026년 비트마인 주식과 이더리움의 30일 이동 상관계수는 대체로 0.5~0.7을 유지했다. 주가가 보유 자산을 상당 부분 추종하면서도 기업 운영과 자금 조달에 따른 추가 위험까지 반영한 셈이다.
하이페리온 디파이는 더 극단적인 사례다. 안과 기술 기업 아이노비아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2025년 6월 하이퍼리퀴드 블록체인의 네이티브 토큰 하이퍼리퀴드(HYPE)를 보유하는 미국 상장 투자 수단으로 전환했다. 보유량은 200만 HYPE를 넘어섰고 토큰 가격은 2026년 9월 2일 약 82달러를 기록했다.
하이퍼리퀴드는 2026년 약 234.2% 상승했지만 하이페리온 주가는 연초 수준을 오르내리다 소폭 하락했다. 두 자산의 30일 이동 상관계수는 약 0.1~0.7, 평균 약 0.4에 그쳤다. 하이퍼리퀴드 가격 상승에 노출되기 위해 하이페리온 주식을 선택한 투자자는 기초자산의 상승분을 사실상 얻지 못했다.
하이페리온의 사례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이퍼리퀴드 축적을 추진하는 하이퍼리퀴드 스트래티지스의 나스닥 상장 주식 PURR처럼 같은 생태계에 연계된 기업도 자본구조와 운용 방식에 따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의 가치는 보유 토큰의 가격뿐 아니라 조달 비용, 주식 희석, 부채와 배당 부담, 경영진의 자본 배분 능력을 함께 따져야 한다.
카이코 리서치의 토마스 프로프스트 연구원은 DAT 주식을 암호화폐 현물의 단순한 대체재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도는 기업의 암호화폐 축적 전략도 현금 수요와 시장 여건 앞에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에 투자하려면 기초자산의 상승 가능성뿐 아니라 ‘기업 재무 위험’과 주주 수익으로 이어지는 전달 구조까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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