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내성 서명 3만2,768개 집계에 0.65초…a16z crypto 리서치, ‘에어리’ 성능 공개

| 이도현 기자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블록체인의 ‘양자내성 서명’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공개됐다. a16z crypto 리서치(a16z crypto research)는 2026년 10월 16일 보고서를 통해 격자 기반 서명 집계 시스템 ‘에어리(Aerie)’가 단일 노트북에서 서명 3만2,768개를 0.65초 만에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더리움(ETH)의 한 슬롯에 해당하는 규모의 서명을 처리하면서 양자내성 전환에 따른 연산 부담과 시스템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에서는 검증인이 블록에 서명해 합의에 참여한다. 이더리움은 수만 건의 서명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는 BLS 서명으로 통신·저장 부담을 낮춘다. 그러나 BLS는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한 내성을 갖추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내성 서명은 기존 타원곡선 서명보다 크기가 약 10~100배 커, 효율적인 집계 없이 도입하면 블록 용량과 노드 운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에어리는 개별 서명을 직접 합치는 대신, 모든 서명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하나의 간결한 증명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격자 기반 서명 체계인 팰컨(Falcon)과 격자 기반 SNARK를 결합했다. 지원 대상은 Falcon-512와 Falcon-1024다. 연구진은 해시 기반 서명을 해시 기반 증명으로 집계하는 접근법보다 증명해야 할 해시 연산을 줄인 것이 성능 개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된 벤치마크에서 에어리는 GPU 가속 없이 애플 M4 Max 노트북으로 Falcon-512 서명을 초당 5만 개 이상 집계했다. 증명 검증에는 단일 코어 기준 54밀리초가 걸렸으며, 개별 서명을 하나씩 검증하는 방식보다 약 10배 빨랐다. 연구진이 같은 장비에서 비교한 상태 기반 해시 서명 XMSS 집계에서는 에어리가 초당 약 5만800개, leanVM이 약 1,770개를 처리했다. 다만 이는 서로 다른 서명 체계를 대상으로 한 연구진의 벤치마크로, 실제 네트워크 전체 처리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a16z crypto 리서치는 에어리의 장점으로 ‘재귀적 증명 병합’ 없이 슬롯 단위 집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보고서가 비교한 leanVM 구성은 증명 하나가 약 900개의 서명을 다뤄, 슬롯 전체를 처리하려면 여러 증명을 단계적으로 합쳐야 한다. 에어리는 서명을 수집한 노드가 곧바로 하나의 증명을 생성한다. 연구진은 이 구조가 투표 수집과 블록 전파에 쓸 시간을 확보하고, 집계자가 실패했을 때 같은 서명을 보유한 다른 노드의 복구 작업도 단순화할 것으로 봤다.

성능 개선에는 레이어제로 랩스와 함께 개발한 격자 기반 다항식 커밋먼트 체계 ‘아키타(Akita)’와 병렬화에 적합한 증명 기법이 활용됐다. 팰컨의 검증 과정에서 해시 연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특성도 작용했다. 에어리는 검증자가 메시지와 서명별 솔트로 해시를 직접 계산하도록 하고, 증명은 주로 대수적 검사에 집중하도록 설계됐다.

집계 데이터의 크기는 증명과 부가 정보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에어리의 증명 자체는 약 66KiB지만, 현재 구성에서는 서명마다 40바이트의 솔트가 추가로 필요하다. Falcon-512 서명 3만2,768개를 집계하면 솔트만 약 1.3MB에 이른다. 이를 포함한 평균 부담은 서명당 약 42바이트로, 원래 서명 크기인 666바이트보다 약 16배 작다. 따라서 66KiB만으로 전체 집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자내성 서명의 실용화에는 남은 과제도 있다. 팰컨은 서명 생성 과정이 복잡하고 부동소수점 연산과 작업 메모리 요구량 때문에 하드웨어 지갑 적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진은 고정소수점 연산을 활용한 구현과 약 11kB까지 메모리 사용량을 줄인 연구가 이를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기의 연산 시간이나 전력 소비 등을 통한 정보 유출을 막는 사이드채널 대응은 계속 연구가 필요한 영역으로 짚었다.

연구진은 솔라나(SOL)가 팰컨을 검토하고 알고랜드(ALGO)가 도입한 사례를 들어, 해당 서명 체계를 선택하는 블록체인에 에어리가 집계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개발 범위도 ML-DSA 지원, 증명 내부의 해시 검증, 격자 서명과 타원곡선 서명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넓히고 있다. 다만 이러한 확장에서도 현재와 같은 초당 5만 개 수준의 성능이 유지된다고 확정하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양자내성 전환을 개별 암호 기술의 선택보다 전체 시스템 설계의 문제로 다뤘다. 격자 기반 암호 역시 새로운 공격 가능성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해시 기반 설계의 증명 병합 구조와 구현 복잡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프라이빗 결제에 필요한 공개키 암호화까지 고려하면, 서명과 증명에서 격자 사용을 피하더라도 시스템 다른 부분에서 격자 기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a16z crypto 리서치는 에어리를 통해 양자내성 서명 집계의 성능과 설계 단순성을 함께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드는 공개됐으며, 이번 결과는 연구진의 구현과 벤치마크에 기반한다. 향후 블록체인 적용에서는 빠른 집계 속도뿐 아니라 서명 체계의 보안성, 지갑·커스터디 지원, 네트워크 전송 부담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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