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협상 런던서 개시… 희귀광물·고관세 놓고 정면 충돌

| 김민준 기자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런던에서 공식 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희귀 광물 수출 제한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현지시간) 스콧 베선 미국 재무장관은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 도착해 중국측 고위 관료들과 회담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대중 무역전쟁의 고비를 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협상의 핵심 이슈는 중국의 희귀 광물 수출 제한이다. 중국은 지난 4월 대미 무역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에 네오디뮴과 터븀 등 희귀 광물의 수출을 제한했다. 이들 원소는 전기차, 드론, 첨단 전자기기 생산 등에 필수적인 소재로, 미국 산업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친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4월 이전처럼 희귀광물이 정상적으로 수출되길 원한다”며 “복잡한 기술 조건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희귀 광물 부족 장기화로 특정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 내 공급망 리스크는 물론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희귀 광물 확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서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 당시에도 희귀 광물 확보를 논리로 제시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정을 통해 미국 기업들이 광물 탐사·채굴에서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양국은 지난 4월까지 최고 145%에 달하는 관세를 주고받았으나, 90일간의 협상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일부 관세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유예기간은 오는 8월 종료되며, 그 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높은 관세율이 다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평균 51%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도 평균 32.6%의 관세를 미국산 제품에 적용 중이다. 지금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다가올 여름 양국 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의 경우 중국산 제품 가격 급등 또는 공급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번 협상 결과는 두 나라 경제의 향방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제조업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이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